나의 풍경

대통령후보 단일화에 대한 생각

라즈니쉬 2012. 11. 22. 21:27

 

1. 단일화 협의 흐름도

 

문 - 단일화 협의하자.

안 - 정치쇄신해라.

민주당 - 친노 9인 정리

문 - 단일화 협의하자.

안 - 11/10일 정책발표 하고 나서. (이때만 해도 안캠프는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생각)

문 - 단일화 협의하자.

안 - 그래, 하자.

 

(지지율 추이 변화 : 문 상승, 안하락)

(문캠프 - 자원봉사자의 지인들 향한 문자 발송건/ 안철수 양보설 불거짐.)

 

안 - 나, 협의 안해!...

문 - 왜?...

안 - 왜 그런 반칙하나?... 그게 구태정치다.

문 - 오해같은데, 기분나빴다면 내가 사과할께. (사과를 4번에 걸쳐 함)

       단일화 협상하자.

안 - 정치쇄신해라.

문 - 뭘, 어떻게 더?...

안 - 그건 니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문 - 시간이 없다. 협의하자.

안 - 정치쇄신 더 해라.

문 - 확실히 말해주면 좋겠다.

안캠프 - 벌써 다 나와있다. 민주당내 정치쇄신위원회에서 작성, 제출한 안대로 하면 된다.

민주당 - 지도부 총 사퇴 (이해찬과 추미애 등등... 박지원은 국회예산안 심의후로 미룸.)

문 - 모든 걸 안캠프쪽에 다 양보하겠다. 단일화 협의하자.

안 - 내가 말한 건, 인적쇄신을 말한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고맙다. (기자회견에서)


(그 후 협의 중에 안캠프가 공론조사를 요구하다)

(안캠프 주장내용 : 민주당 대의원과 안철수 펀드가입자를 동수로 해서 공론조사하자.)

 

문캠프 - 아무리 양보한다고 했어도, 그게 말이 되나?...
            (우리가 양보하면 그쪽에서도 어느 정도는 상식적인 요구를 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는데...)
안캠프 - 통크게 양보한다고 해 놓고선, 협의내용에서는 양보가 없었다.

문캠프 - 적합도 조사로 하자.

안캠프 - 경쟁력 조사로 하자.

문캠프 - 우리가 주장하던 적합도 조사에서 좀 양보하겠다. 지지도 조사로 하자.

안캠프 - 박그네 포함하여 '가상대결'로 하자.

 

 

2. 내 생각 

 

난 처음엔 문과 안, 어느 누가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그간의 상황을 지켜봐 오면서 판단해본 바, 지금은 문재인을 지지한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 심판' 프레임으로 치를 수 있는 아주 단순구도였다.

그런데 안철수가 지금 상태로는 안된다며 새정치를 한다는 구호로 정치쇄신을 요구하며 나왔다.

 

안철수는 새누리당은 반대한다고 이미 밝힌 마당에,

어느 시점에서인가 민주당을 공격하고, 친노를 공격하고 나왔다.

단일화 경우를 생각해서 그랬겠지만, 이건 방향을 잘못잡은 게 아닐까?...

문재인의 책임을 물음으로써 자신이 단일화 후보가 되기 위해서?...

민주당을 공격하고 친노를 공격해서 안철수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정당정치의 부정과 동시에 새 정치를 표방하며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해?...

어차피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할 것을 생각했다면, 민주당을 공격하고 친노를 공격해서

아름다운 단일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을까?...

단일화를 해도 아름다운 단일화가 안되면 패배한다는 걸 자신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친노라는 건 세력이라기 보다 성향에 가깝지 않는가?...

알고보면 국민들 중 얼마나 많은 친노 성향의 국민들이 산재해 있는데, 친노를 공격하나?...
비록 정치적 포지션을 위해서라 하더라도, 난 이 점에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치쇄신을 요구하며 민주당도 구태정치라 말해놓고, 왜 민주당과 단일화 협의하고 앉았는가?

구태정치와는 상종하지 말고, 새 정치를 표방하며 그냥 혼자 끝까지 갔어야지.

이제 민주당 100만 당원의 힘으로 선출된 지도부 다 물러나고,

친노 정치인 다 물러나니 단일화하자고?...

그러면 안철수가 표방하던 새 정치란 것은, 애당초 민주당 지도부 사퇴와 친노적출이었나?...

친노가 사라지는 게 새 정치 시작의 기본조건인가?...

 

다시 말하면,

안철수는 정치쇄신을 1순위로, 정권교체를 2순위를 설정하고 나왔는데,

그 동안에 바뀐 거라곤 민주당 지도부 사퇴와 친노적출밖에 없지 않은가?...

이젠 민주당이 구태정치를 벗어나서 새 정치를 할 수 있는 동반자 자격을 획득한건가?...

이런 생각에서 난 안철수가 심한 자가당착과 모순에 빠졌다고 본다.

 

 

3. 패배주의자라면 할 말은 없지만!...

 

난 이번 대선은 진보의 필패라고 본다.

 

그간의 문과 안의 협의내용와 쌍방 대응을 보듯이,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 건너 가도 한참을 더 갔다.

누구로 단일화가 되든, 양측 지지자들이 돌아설 확률을 생각해 보면 가능성이 없다.
하다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단일화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겠지만,

시너지보다는 양측 지지자들중 일방 지지자들의 이탈 현상이 더 심할거라 본다.
시너지 효과가 없고, 많든 적든 지지자 이탈 현상이 발생한다면, 현재 박그녀 지지율을 뭔 수로 뛰어넘겠나?...

 

 

4. 안타까움

 

단일화의 잡음으로 인한 피로도.

양측 모두 잘못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큰 책임은 안철수에게 있다.

 

안철수가 가장 내세운 것이 '정치쇄신'이다.

애당초 자신의 최우선 목적에만 충실하려 했다면, 이같이 진보측 지지자들이 피곤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안철수가 정치쇄신과 대통령의 꿈을 동시에 꾼 것이 패착이라 본다.

 

정치쇄신을 하려면 굳이 대통령이 아닌 일개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그런데, 대통령이 될 욕심에 안철수는 타이밍 정치를 해 온 것이라 본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피곤한 단일화가 되어버렸고, 단일화가 되어도 승리를 기약할 수 없는

이 지점에 놓여버린 게 아닐까?...

 

'내 한 몸 정치계에 들어가서 정치쇄신에 내 있는 힘을 다 보태리라'...라고 생각했다면,

새누리든 민주든 어느 한쪽에 들어가서 유, 불리를 따지지 말고 경선을 치렀다면

지금과 같은 이런 생식기같은 상황은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일찍 민주당에 들어가서 당내 경선을 치르려니 당내후보가 될 자신이 없었던거다.

말은 '1년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대통령이 되어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시간이었다'...라지만,

이 말을 머리달린 사람중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니, 안철수는 정당의 기득권에 대해, '시간은 내 편'이라는 인식하에 타이밍정치로 맞서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후보로서 이런 저런 검증의 시간도 가급적 피할 수 있었던 것이고.

 

말마다 정치쇄신 드립과 국민 드립을 치지 말고,

1. 대통령 출마하겠다. 2. 정치 쇄신하겠다... 이런 순서였다면 좀 더 낫지 않앗을까 하는거다.

1. 정치쇄신하고 새정치하겠다. 2.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겠다... 이 순서보다 말이다.

 

그러니, 자신의 표현에 의하자면 구태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한다는 것도 우습게 되었고,

새 정치를 표방하며 나온 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을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도

따르게 되는 것이다.

'정치쇄신'과 '새 정치'가 어디 안철수만의 레토릭인가?... 모든 정치인들의 레토릭이지.

 

이런 점에선 안철수가 개인적으로 미운 점도 있지만,

누구라도 안철수 입장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당연히 했을지도 모를 일이니...

 

에휴!~

답답함에 두서없는 글을 그냥 써보지만, 현재로선 한숨밖에 안나온다.

 

 

 

PS. 문과 안의 티비 토론이나 보자.

거기서 어떤 아름다운 단일화의 실마리가 발견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냐마는.

 

 

 

< 2012/ 11/21일 포털에 쓴 글을 하루 뒤인 오늘 옮겨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