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제 얘기를 들어주실 분
①저~기요. 제 얘기 좀~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②제가요, 열다섯 살 먹었는데요, 허허(눈물 젖은 웃음). 또 자살 또 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보여서 한번 해봤어요.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③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할머니 댁에 맡겨졌거든요. 그러다 어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랑 연락이 돼서 같이 살게 됐어요. 아빠한텐 연락도 없고 (흐느낌) 돈 벌어오는 사람도 없는데 (흐느낌) 제가 또 여기(서울) 올라와 적응을 못해서 왕따도 많이 당하고 그랬는데, 그래서 정신과도 다니고 입원하라는 소리까지 들어본 적 있고요. 그리고 엄마가 욕을 해요. 'XX년'이라고. (흐느낌) 제 편은 아무도 없어요. 친구도 아무도 없고, (흐느낌) 외롭고 서러워서.
④(흐느낌) 여기 높네요. 참 높아요. 많이 높네 (바람소리) 어떻게 해요. (흐느낌) 솔직히 많이 무서워요. 근데 물이 참 맑아요. 난 더러운데 물은 참 맑아요. 친구들이 저보고 죽으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죽으러 왔는데 막상 죽으려니까 무서워요.
⑤전부 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달라지는 게 없어요. 꿈도 희망도 다 버려버렸어요. 가진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갑자기 돈도 없어서 알바도 뛰어야 하는데 나이가 어려서 안 된다고 하고 돈 벌어오는 사람 아무도 없고. 돈도 없고 지금 자퇴했어요. 친구들이 무서워서, 학교 친구들이 너무 무서워(말을 잇지 못한다) 집에는 엄마는 거의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흐느낌)
⑥저랑 있기 싫다고. 엄마도 밉고 아빠는 더욱 미워요. 아빠가 바람을 피웠대요. 엄마가 아빠는 XX새끼래요. (흐느낌) 엄마는 일도 안 한고 놀아요. 할머니가 엄마보고 못돼 처먹은 애래요. 기초수급 모녀가정으로 나라에서 돈 주는 거, 그걸로 먹고 살고. 카드 빚도 많고 제가 전에 자살 시도 한번 더 했거든요.
⑦다리 밑에 보고 있는 거 맞아요. 다 나 때문이래요. 하나도 이제 안 무서워요. 다 나 때문이래요, 나 때문이래요, 나 때문이에요. 다, 전부 다 내가 미친X이래요. 전부 다 나 때문이래요. XX년이래요. 너 빨리 죽으라고, 왜 안 죽냐고. 머리가 텅 빈 거 같아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아요.
(대화는 11분 정도 지났다. 당시 상담원 박현규(45) 생명의전화 교육실장은 "이제 안 무서워요"란 소녀의 말을 듣고 동료에게 손짓으로 119에 신고할 것을 부탁했다. 두려움이 사라진 건 위험한 징후였기에. 이후 박 실장은 관심을 돌리기 위해 집 위치, 인상착의, 식사 여부, 소지품 등 일상에 얽힌 소소한 질문을 이어간다. 소녀는 상경 전 대구에서 놀이동산을 다녀온 게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했다. 박 실장도 울기 시작했고, 소녀의 목소리는 감당하기 버거운 눈물 속에 빠져 허우적댔다.)
⑧액세서리를 안 하면 너무 불안해요. 막 죽으려고 며칠 동안 굶어본 적도 있고요. 칼로 막 그어본 적 있어서 팔에 아직도 상처가 많아요. (죽으려고 정신과 약 일주일분량을 먹고 3일간 잔 적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 자살시도가 이거예요. 뛰어내리는 거요. 근데 여기는 뛰어내리면 벌금내야 한다면서요, 엉엉.
⑨근데 아직 그럴 마음 없어요. 약 먹고 뛰어내려서 죽을 거예요. 아까 친구랑도 통화 다 해봤어요. 친구가 살 생각하래요. 근데요, 친구한테 미안한데 약속 못 지키겠어요. 어차피 죽어도 울어줄 사람 아무도 없어요. 죽으면 끝이래요. 다 날 싫어해서 전부 다 나를 싫어해요. 아저씨처럼 제 얘기 들어준 사람은 OO상담소의 아저씨밖에 없어요.
⑩기분과 다르게 날씨가 좋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요. 기분은 너무 안 좋은데, 근데 가뿐해요. 가벼운 기분이 들어요. 뭐야, 누가 왔어요. 경찰인가 봐. 손 흔들었어요. (이후 들리는 건 그녀의 울음소리뿐)
FROM 2012년 6월 1일 오후 5시 마포대교에 선 15세 소녀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20901023710818
<근데 물이 참 맑아요. 난 더러운데 물은 참 맑아요...
어차피 죽어도 울어줄 사람 아무도 없어요. 죽으면 끝이래요...>
티슈를 찾아 눈물을 훔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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