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터키 문명전

라즈니쉬 2012. 6. 26. 00:26

 

 

아는 동생이 초대권을 주길래 오랜만에 중앙박물관에 갔다.

'이스탄불의 황제들'이란 부제가 붙은 '터키문명전'... 

 

전시작품들마다 붙어있는 설명들을 읽어보며,

'아하, 예전 세계사 시간에 이런 단어를 배웠었지'... 하는 생각.

단어 하나 하나가 아주 깊은 심연의 기억창고에서 하나 둘 둥둥 떠오르는 느낌.  

 

히타이트 문명... 오스만 투르크... 등등.

 

이슬람 문명 특유의 문양이 새겨진 각종 유물들.

터키가 동서양 교류의 요충지라서 그런지,

유물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섞여있는 듯한 묘한 느낌이 느껴졌다.

 

출구쪽을 5미터쯤 남겨두고 전시관 벽면을 보니 글이 씌여있다.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이 세상을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저 세상을 위해 살아라>...

 

비슷한 표현의 문구는 기독교나 불교나 유교에도 있지 싶은데,

토씨 하나 하나의 표현이 너무 와닿는다.

 

<이 생(순간 =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되,

결국 누구나 돌아가야만 하는 저 생을 생각하며 물질적 이익에 너무 함몰되지 마라>

 

내 해석이 너무 얄팍한가?...

 

현생과 내생의 조화.

순간과 영원의 조화.
가치와 허무의 조화.

 

현실에서 우리가 하는 순간적 판단과 생각과 행동들은,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보자면 대부분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저 속담을 알게되면, 그 어떤 사람이 종교적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물관을 다녀온 날,

난 하루 종일 저 속담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인간은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난 언제쯤이면,

이 무거운 명제를 앞에 두고 허허롭게 웃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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