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민사와 형사 구별하기

라즈니쉬 2011. 8. 31. 12:46

[장진영 변호사의 알아두면 돈이 되는 법률지식 ⑩]

“채무자가 돈을 안 갚아 소송을 해서 이겼다. 그런데도 채무자가 돈을 안 갚고 있다.

나라에서는 이런 채무자를 왜 감옥에 안 가두고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게 놔두는가?”

돈을 떼일 지경에 놓인 채권자들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원망스러운 채무자를 감옥에라도 넣고 싶은 채권자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우리 사법제도상 형사절차의 한계 때문에 그런 답답함을 속 시원히 풀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돈거래 관계에서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다.

‘알아서 갚겠지’ 하는 식으로 돈을 빌려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법적인 다툼이 발생한 경우 그 다툼을 법적 절차를 통해 풀기로 결정했다면

그 방법으로는 크게 민사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과 형사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민사절차와 형사절차의 차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혼동하고 있는 분이 적지 않다.

민사절차와 형사절차를 혼동하면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오해가 생겨날 수 있다.

 

①민사재판에서는 내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는데, 검사는 왜 나를 형사처벌하려 하는가.

②내 돈을 꿔간 뒤 갚지 않는 자를 형사고소하면 감옥에 보낼 수 있지 않은가.

③상대방이 상해죄로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니 곧 법원이나 검찰에서 내 손해배상금도 받아줄 것이다.

 

 

의미도, 기능도 다르다


민사소송절차는 소송을 통해 누구에게 어떤 법적 권리나 의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아주 간단한 예로 갑돌이가 을순이로부터 100만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에 비해 형사소송절차국가가 어떤 국민에게 형벌권을 발동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절차다.

그러니까 국가가 병돌이를 감옥에 보낼지 말지를 판단하는 절차라는 뜻이다.

 

민사소송절차는 서로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벌어지는 법정 다툼이라고 보면 된다.

판사는 원고와 피고 간의 다툼을 보고 어느 쪽의 주장과 증거가 타당한지를 판단하는데,

이때 판사는 다툼에 끼어들지 않고 주로 심판을 하는 위치 서게 된다.

 

반면 형사소송절차에서 대립하는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이다.

경찰이나 검사가 수사한 결과를 가지고 검사가 형사재판을 제기(이것을 기소(起訴)라고 한다)하면

피고인은 검사에 대응해 자신을 방어할 것이고, 판사는 검사와 피고인의 다툼을 보고 검사의 기소가 옳은지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서 판사는 심판자의 위치에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사관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사소송과 다르다.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은 이처럼 목적과 기능이 전혀 다른 절차다.

형사소송절차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형벌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에 주된 관심 있는데 비해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

반면에 민사소송절차국가가 개인 상호간의 관계에 개입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위한 제도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형사소송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피고인에게는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다.
아주 심한 경우 사형선고를 받아 사회와 영원히 격리될 수 있고, 징역형을 받으면 상당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신체적 구속을 당하게 되며, 벌금 이하의 처벌을 받는 경우에도 ‘전과자’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소송에서 검사 측의 손을 들어주려면, 즉 유죄판결을 받아내려면
피고인이 범죄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 판사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까지 검사가 증명을 해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판사는 무죄판결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에서 피고의 책임을 인정하려면 피고의 행위와 발생한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증명만 하면 충분하다.

이와 같이 요구하는 증명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형사소송에선 무죄선고를 받았어도

민사소송에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돼 손해배상명령을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민사를 형사로 푼다?

 

기나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민사소송에서 승소판결문을 받았지만 기쁨은 잠시일 뿐인 경우도 많다.

왜냐하면 그 승소판결문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 집행할 수 있지만,

자기 이름으로 된 재산이 없는 빈털터리 채무자에겐 판결문이 종이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 사업의 기본처럼 되어 있다보니
사업하는 사람 중엔 자기 명의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사업자를 상대로 한 재판은 헛고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채무자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게 한다면 채무자는 구속되거나 유죄판결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합의를 시도하게 마련이므로 피해자의 처지에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가능하면 채무자를 형사절차로 끌어들이기 위해 채무자를 고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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