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감동주는 정치인, 배려심있는 지지자

라즈니쉬 2011. 3. 19. 18:55

 


1. 내가 ‘친유’인 이유


노무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을 닮은 정치인이라서,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서,
노무현이 귀향하던 날 봉하 단상에 불러올려서 ‘노무현과’의 사람이라며 손을 들어줘서,
똑똑해서, 잘 생겨서 (^^),
부당한 이유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공격해대니 정의감의 발로로,
대권 후보 중 야권 지지율 선두인 정치인이라서,
그의 정책들이 좋아서….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을 거다.

내가 유시민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는 나에게 ‘감동’을 준다. 나는 그래서 그를 좋아하고 지지한다.
(지난 시절 노무현을 좋아하는 이유도 같았다. 노무현이란 사람도 나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에 좋아했던 거다.)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는가’ 하고 묻는다면 TV토론에서의 어록들과 그의 인터뷰 기사 내용 전부가 나에겐 감동으로 다가온다.
읽고 나선 항상 마음속으로 ‘역시 유시민이다’라는 감탄을 한다.
내 마음 한구석에 고여 있는 웅얼거림을 그는 명료한 언어로 세상에 드러내 주곤 한다.

그의 발언 내용을 찬찬히 보면 더하고 빼고 자시고 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엄청 복잡하게 해석해내곤 하는 놀라운 능력의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의 인터뷰는 여느 정치인들의 그것처럼 두루뭉술하거나 하나 마나 한 말을 미사여구로 포장하거나 하는 법이 없다.
현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서, 일반인들이 한국사회에서 느끼는 무언지 모를 흐릿함을
특유의 예리함으로 아주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국민들에게 제공하곤 한다.
 ‘지금 상황은 이런 것이며 문제점은 이런 겁니다’라는 형식으로, 국민들이 궁금할 때면 뉴스나 기사에 나와서 종종 정리해주곤 한다.
내가 머리 굴려가며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보면 유시민은 확실히 나 같은 국민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당신이 워낙 게으르고 무식해서 그런 탓이다’라고 한다면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유시민의 지지율로 미루어보면 특별히 나만 게으르고 무식한 건 아닌 것 같다.
하여튼, 유시민은 나에게 감동을 주며 나는 그런 이유로 유시민을 좋아하고 지지한다.

감동이라면 문화예술인이나 그들의 작품 또는 공연에서 감동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와 달리 삭막한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어떤 정치인에게 감동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처럼 유시민이 아니라도 좋으니, 각자 감동받는 정치인이 있으면 그 사람을 열성을 다해 좋아하고 지지하기 바란다.
어떤 정치인에게 감동받아 그를 좋아하며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의 행복과 연결된다면
이보다 더 좋고 바람직한 정치참여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2. 좋은 정치인이란?


“얼굴도 모르는 ‘나’란 일개 서민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는 사람.”


노무현이란 사람을 알게 된 이후부터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어떤 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굳이 시시콜콜 풀어놓을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한가지는 이런 것일 거다.
일상에서도 항상 ‘이런 경우 노무현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문득문득 해보게 된 것.
그럼으로써 ‘작은 이익을 쫓기보다는 대의와 명분을 그르치지 않고, 원칙과 상식을 지켜가야겠다’고 노력하게 된 것.
 

유시민을 알게 된 이후, 나는 또 많이 바뀌었다. 온에서나 오프에서 나를 크게 성숙시켜준 그의 말 한마디.


“정치평론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아주 세게 비판한 적이 있다.
딱 두 번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비판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방식으로 비판해서는 안 될 일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아무리 비판받을 만한 행위를 했다고 해서, 모든 방식의 비판이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접하고, 나는 어느 날 서프 ‘경주방’에서 내 잘못을 크게 반성했던 일이 있다.
지금 ‘노짱방’의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있고, 조금이나마 노짱방의 갈등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소개한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18658&table=economy&mode=search&field=nic&s_que=한평반)


3. 마음의 여유가 좀 더 필요한 건 아닐까?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반유’에게도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친유’가 보기엔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이유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건 결국 유시민이 풀어가든지 지지자들이 풀어가든지 해야 할 일이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생각되면 설득을 포기해도 좋다.
그렇지만 ‘반유’들에게 모욕감을 주며 공격하는 건 어디에도 도움이 안 된다.
재미삼아 한다면 본인의 에너지 낭비고 게시판의 황폐화만 부르는 일이다.
진정한 유시민 지지자라면 일정수준의 품위와 예의를 갖춰 상대를 대해야 할 것이다.

나는 유시민의 지지자로서 여느 정치인의 지지자들과 비교하더라도
그들보다는 내가 품성 면에서 더 낫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이다. 그게 유시민에게도 힘이 될 것이기 때문에….


‘당대표부터 당원들까지 까칠하단 소리는 듣지말자’고 유시민이 말했다.
유시민을 사랑하는 게 맞고 그의 말이 옳다면, 상식적인 지지자들이라면 그의 말을 따라줘야 한다.
자신이 사랑하고 지지하는 정치인의 말도 안 듣는 사람들이 무슨 지지자란 말인가?
이런 지지자들은 종국에는 좋은 정치인을 죽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험한 말로 게시판에서 싸우다 보면 ‘광빠’는 ‘광까’를 생산하고 또 ‘광까’는 ‘광빠’를 생산하는 악순환이다.
나름 논리를 갖추고 대화가 되는 ‘반유’들과 ‘광까’는 구분되어야 한다.
‘친유’만 존재하는 게시판이라면 과연 재미가 있을까?
정치토론 참여자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 안 하고도 토론이 가능한가?


“왜 ‘반유’들에게만 너그러운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내가 ‘친유’라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내가 만일 ‘반유’였다면 ‘친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고자 했을 것이다.
상대방이 언뜻 보기에 적들 같지만 잠재적 우군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친유’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도 상대인 ‘반유’를 배려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유시민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 편향된 서프 시스템 변경 건도 속마음과 동기는 부디 나와 같기를!

 




<서프라이즈 노짱토론방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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