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박완서님 가시는 길에...

라즈니쉬 2011. 1. 22. 20:09




어떤 단편 하나가 기억에 남아있다.
아마 이 책에 실려있었던 단편이지 싶다.
국졸인 남편과 대졸인 아내가 같이 살면서 겪는 에피소드 두어개 정도가
들어있는 단편이었는데, 그 단편의 제목이 기억이 안난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남편이 말귀를 못알아들어 대화 자체가 안되며,
그로 인한 오해로 인해 또 갈등이 생기는 얘기.

남편이 말귀를 못알아듣는 에피소드 부분이 너무 우스워서
기억 한켠에 오래 남아있나보다. 

언제 다시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박 - 여보게!...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한 - 이번 겨울은 디게 춥습니다.

박 - 괜찮아, 살아있으니까!...

한 - 으음!... 살아만 있으면 일단 괜찮은거군요.
       그럼 선생님은 이제 돌아가셨으니 안괜찮아서 어쩝니까?...

박 -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한 - 아, 예에...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한말씀만 하소서.

박 -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한 - 아, 예에... 저도 태어난 자체를 후회는 안합니더.

박 - 니는!... 태어나서 어른노릇을 했나, 사람노릇을 했나?...

한 - '어른노릇'하기는 피곤하고, '사람노릇'은 어케해야 하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고...
       지는 '사랑놀이'가 젤 좋습니더.

박 - 에라이~

한 - 어이쿠!... 가시는 마당에 와 이랍니꺼?... 지금 저, 사랑하러 갈랍니더. ==33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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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음을 전하는 오마이 기사 제목 '한국문단의 친정어머니'... 라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린다.

작년 가을에 담낭암 수술을 하고, 오늘 돌아가셨다니...
담낭암이나 췌장암은 발견했다하면 벌써 늦어서, 어찌할 수가 없는거구나.
국내 사망자 세사람중 한사람은 암으로 죽는다니... 거, 참!... 

이렇게 아름답고 착한 분은, 그냥 주무시다가 조용하게 돌아가실 것만 같았는데,
암으로 수술하고, 투병하고, 고통받다가 돌아가셨다니...
암이란 놈은 정말 사람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쓰러뜨리는구나.
투병기간이 비교적 짧았다는 것이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된다.  

잘 알지도 못하는 못난 노가리꾼이,
선생님 가시는 길에 노가리 한 줄 풀어놓으며 인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더 아름다운, 못가본 길'...로 부디 잘 가세요. T.T... 

 Ja Vais Seul Sur Ia Route (나 홀로 길을 가네)  - Anna G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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