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사과때문에, 내 욕심때문에...

라즈니쉬 2011. 1. 29. 18:56

 


 

1km 거리의 재래시장 마트에 장을 보러 갔었네.
귀차니즘으로 평시엔 가격비싼 주변 마트를 주로 이용하지만,
생선류를 비롯한 몇몇 식재료 품목은 주변마트 대비 가격과 신선도면에서
적지않은 차이가 나고, 또 재래시장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물건들도 가끔 생기는지라...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할 겸해서 가끔씩 다녀오곤 한다.   
 
재래시장내 마트 입구에서 바구니를 하나 집어들었네.
기초체력은 아직 문제가 없는데도, 주로 기초식품류 위주로만 장을 보곤 하네. (ㅎㅎ...) 
(* 기초식품 - 무우, 양파, 마늘, 애호박, 콩나물, 버섯, 감자, 풋고추 등등...)

마트 입구에 들어서니 과일코너에서 나처럼(ㅎㅎ...) 앳된 총각이, 박스에 든 사과를 풀어놓네.
겨울사과는 모두 저장사과라서 평소엔 가격은 비싸고 신선도는 안좋던데,
명절을 전후해서 그런지 풀어놓는 사과들이 한결같이 신선해 보이고 빛깔이 참 곱네.
차례용으로 쓰기엔 크기가 작지만, 아침마다 하나씩 먹기엔 딱 좋은 크기네.


10,000원에 8개라는 말에 투명비닐에 주워담아 가격표를 붙였네. 
마트안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하나씩 바구니에 담고있는데
마이크를 든 아저씨가 소리치네. '자아~ 지금부터 사과가 10,000원에 10개~'...
앳된 총각에게 가서 애교띤 웃음지으며 말했네. '조금전에 샀는데, 두개 더 담아도 되지요?'...
총각도 스스럼없이 웃으며 '네, 그러세요'...라며 두 개를 더 넣어주네.

흐뭇한 마음으로 마트안 코너를 5분 정도 더 돌며 기웃거리다 출입구 계산대에 섰네.
그 순간 마이크 든 아저씨가 또 소리치네. '자아~ 딱 1분간 세일!... 사과가 10,000원에 15개~'...
계산대 위의 바구니를 급히 빼내어 들고 또 앳된 총각에게 다가갔네. 
'아저씨이~잉'...???...
뭐라고 호소해야, 내 바구니에 사과 5개를 더 담을 수 있을지 난 알지못했네.
총각이 말했네. '아저씨, 이젠 안됩니다. 1분 반짝 세일엔 그렇게 해 드릴 수가 없어요'... 

난 다시 투명비닐 두장을 꺼내들고 사과를 담기 시작했네.
묵묵히 15개의 사과를 두장의 비닐안에 나눠서 꾸역꾸역...
'무슨 놈의 세일이 10여분 사이에 두번씩이나 조건을 변경해서,
 8개라던 사과가 15개로 변하나?'...라고 궁시렁거리며...
10,000원어치를 더 안사면, 사과 5개를 마치 손해보는 것 같아서...
10,000원어치를 더 사야만이 그 손해가 보상되듯이 생각되어서...

사과의 부피와 무게때문에 정작 구입해야 할 몇가지들은 놓친 채,
장을 보고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하네.
처음엔 사과 8개를 사려고 했었는데, 어쩌다가 25개를 사게 되었나?... 
무엇이 문제였나?...

요즘 보기 흔치않은 때깔고운 사과를 팔고있어서 기분좋았고,
8개 10,000원이라니 가격도 맘에 들어 기분좋았고,
8개를 구입하고 나니, 조금있다 또 세일로 2개를 더 얹어주어서 기분좋았다.
그런데 조금있다 15개에 10,000원이라고 했다.
내가 5분만 더 지체하다 구입했으면 15개 10,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5개를 손해봤다.
그 손해를 보상받으려 다시 10,000원어치를 더 구입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내 욕심이 문제였다.
농부가 정성스럽게 가꾼 빛깔좋은 사과를 이 겨울에 맛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했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야했다. 
마트안에 머물던 10분여 사이에 일어난 '1분 반짝세일'이라는 '행운'에 당첨되지 못했다고,
그 손해아닌 손해심리를 보상받겠다고 사과를 25개씩이나 꾸역꾸역 장바구니에 담아넣다니...

어리석은 내 욕심임을 깨닫게 된 순간,
장을 본 배낭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고, 짊어진 어깨가 너무 아파왔다.
어쩌면... 이같은 내 어리석은 욕심때문에, 내 인생도 이렇게 무거워진건 아닐까?... 
욕심만 제대로 내려놓을 줄 안다면,

아마도 내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더 즐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서 숨쉬고 있는 순간순간...
내가 누리고 있는 주변 일상의 작은 것 하나하나...
감사하고... 그래서 행복하고... 어떤 마음은 어리석은 욕심임을 빨리 깨닫고 거둬들이고...
그런 마음이 습관화되다 보면, 내 삶의 발걸음도 새의 깃털처럼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건, 마음의 습관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노력해서 마음에 좋은 습관을 많이 길러야겠다. 

PS.
1. 요즘 병은 우리 몸의 일상적 습관이 잘못된데서 오는 생활습관병이 대부분이라는데,
   몸의 습관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습관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2. 냉장고안의 25개 사과!... 아무도 안주고 나 혼자 다 먹어치우겠다.
   내 어리석은 욕망의 산물 25개를, 한달내내 아침마다 아작내어서 똥으로 만들어 버릴테다. ㅎㅎ...   

 

 



 


* Ernesto Cortazar - Dancing W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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