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라즈니쉬 2010. 6. 22. 23:39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 현 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Fariborz Lachini - Dances of Leaves


나는 가끔 미소짓는다.

그 때 그 사람이

내겐 어쩌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지만

더 열심히 파고 들지 않고
더 열심히 말을 걸지 않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지 않고

더 열심히 사랑하지 않고 
내 감정을 그쯤해서 흘려보내길 잘 했다는 생각에...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사람을 사랑할 것을... 
하는 후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때 그 시간앞에 서 있던 나로선 최선이었으며
정말 사랑한다면 그쯤에서 놓아야만 했었기에...

그 날들로부터 먼 시간
그 사람으로부터 먼 곳
길을 걷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가끔씩 미소짓는 날도 있다는 건 
상처가 아문 자리에 더 뽀얀 새 살이 돋았다는 증거
어느 한 때 영원히 낫지않을 것 같은 상처들은
삶의 여정에서 보면 모두 소중한 훈장들

왜 나는,
깊은 밤 잠깨어 침대에 걸터앉아도
흐느낌속에 떠오르는 그리움 하나 없는가?

상처다운 상처 하나없는
헛살은 인생
너무 행복하게 살아와서
비참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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