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는 자의 노래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 버린 자를
나는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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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자...
염려하는 자...
걱정하는 자...
붙잡고 있는 자...
다짐하는 자...
태어나는 자...
묻는 자...
("닝기리 조또!... 인생 뭐 있어, 걍 술이지"... 하는 자)
그리고...
모든 의미를 놓아버린 자...
의욕상실자와 삶의 포기자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미에선 '대자유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매사에 있어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일상의 아주 작은 기분좋은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보다는,
일상의 아주 작은 기분나쁜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 불행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세상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볼 일이다.
인간들은 어떤 일에 대해 수용하고 반응함에 있어서
왜 동일한 크기의 행복보다는 불행을 더 크게, 더 적극적으로 느끼게 되는걸까?...
매사에 너무 많고, 너무 큰 의미부여로 인해 오히려 불행해지는 시대라면,
내가 현재 살아가는 모든 행위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덕지덕지 부여함은 자제해야겠다.
인간들의 삶의 모든 행위 하나하나는 결국 '행복해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놓지말아야 할 초점은 항상 주시하고, 지나친 의미 부여는 절제하며 사는 것도
'단순하고 즐겁게 살기'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위의 시에서 말한 '모든 의미를 놓아버린 자'라 함은,
어쩌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는 '禪의 경지'에 머물며 살아가는 자를 뜻함은 아닐까?...
PS.
골에 찌내리는 이런 노가리는 애당초 안푸는 것이...
'단순하고 즐겁게 살기'의 지름길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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