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내리는 비
조 용 필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고
외로움도 주지 않았는데
오늘 내 가슴에 쏟아지는 비
누구의 눈물이 비되어 쏟아지나
어제 나는 사랑에 젖고
오늘 나는 비에 젖네
바람한점 옷깃을 스쳐도
상처받는 이 가슴이
오늘은 비에 젖고
외로움에 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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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한점 옷깃을 스쳐도
상처받는 이 가슴이...?
늦은 저녁 퇴근하노라면, 등 뒤에서 휑~하고 불어오는 바람.
그런 한 자락 바람에, 갑자기 마음이 저려올 때가 있다.
집에 가면 된장국 끓여놓고 기다리는 아내가 있고,
착하고 공부잘하는 이쁜 자식이 있어도,
그런 가족들이 가슴속 허전함을 다 채워주지는 못하는거다.
내가 지금 인생을 잘 살고 있는건지...
청년기의 내 꿈은 어디로 흘러가 버린 것인지...
시골 부모님은 별 아프신 데는 없는지,
내일은 전화라도 한 통 넣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지하철을 기다리며 철로 건너편의 이쁜 아가씨를 보다가...
옛날 첫사랑 그녀와 실루엣이 참 많이 닮았다 싶고...
문득 그녀는 지금 어느 하늘아래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녀와 만약 결혼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 때 내가 다 잘못해서 헤어진 거였다는 자책감도 들고...
그런 생각에 젖다가 지하철에서 내려 역의 계단을 오르는거지.
날씨도 을씨년스러운데 대포나 한 잔 걸치고 갈까?... 하며,
지하철 역세권 주점 몇군데를 잠시 기웃거려보다가,
또 술 마시고 온다고 잔소리 할 집사람 얼굴이 떠오르고,
요즘 공부하느라 대화할 시간도 잘 없는 애들 얼굴도 떠오르고...
그러다가 '에이, 술 한잔 참고, 오랜만에 애들 피자나 한판 사서 들어가자'...
하는 생각이 드는거지.
중년남성뿐만 아니라 맞벌이하는 중년여성도 마찬가지겠지.
흐린 날씨에 비도 오고 바람이라도 한자락 부는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가노라면,
문득문득 이런저런 생각에 휑~하게 아려오는 가슴.
그렇게 가끔씩 삶이 흔들릴 때, 누가 잡아주나?...
결국 가족인거다.
가족이 삶의 동력이고,
내가 미로를 헤멜때도, 가족이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는거다.
가족 먹여살릴 의무감에 허리가 휘어지고, 어깨가 내려앉고,
젊은 시절 멋진 꿈들을 다 접고 힘겹게 산다고 생각하지?...
천만에!...
만약에 지금의 그 가족들이 없었다면,
힘든 고비를 지나서 당신이 현재까지 버텨오지도 못했을거고,
당신이 하고싶은대로 하다가 이런저런 일 저지르고, 벌써 거지꼴을 못면했을거다.
집사람(남편)과 자식들!...
그 가족들이 당신을 여기까지 멋지게 달려오게 한 일등공신들인거다.
잠시 옳지못한 마음이 구름처럼 슬며시 생겨날 때에도,
가족들 얼굴이 떠오르기때문에 자신을 한번 더 올바르게 추스리고 채찍질할 수 있는거다.
그러니 가족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당신이 가족들에게 해 주는 것보다는,
가족들이 당신에게 해주는 것들이 항상 더 많다고 생각해라.
돈은 어른인 당신이 벌지만, 기쁨과 보람은 아이들이 당신에게 가져다준다.
그러니...
가족부양이란 짐을 너무 힘겹게만 느끼며, 혼자서 외로워 말라는거다.
그래도 외로울 땐... 술 한빵울 하고,
아내(남편)앞에서 목놓아울며 술주정을 떨든지 말든지!...
PS.
비온다... 냉장고에 술이 있나, 없나?...
또 우산쓰고 술 구하러 기어나가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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