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김연아와 관련한 무식한 단상

라즈니쉬 2010. 2. 27. 02:40


1. 아사다 마오의 선곡 관련 - 라흐마니노프의 '종'

<블로거 '해맑은 아찌' 님 / 2009. 10. 2일  피겨재팬 오픈 경기를 보고 쓴 글> 중에서 가져옴.

얼마 전 아사다 마오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 평이한 곡인데 여러 번 들으니까 이해가 가고 그 음악에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 라고 말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편곡했기에 음악과 '지지 않으려 한다'는 표현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어제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중략)...선수가 음악을 이끌어가야 관중과 교감이 되는데 그래서 관중이 선수의 움직임에 집중을 하고 감동을 받는데
이 프로그램은
'음악은 있고 선수는 로봇이 되어 점프와 기타 동작을 수행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중략)... 음악이 장중하므로 관중은 음악을 들으면 선수를 놓치고 선수에 집중하면 음악이 겉돕니다.
(중략)...
19세의 재기 넘치는  러시아 청년이 작곡하고 세계의 음악인들이 감동하고 애호가가 사랑하는
그 모스크바의 종이 아니라, 같은 19세지만 점수와 전략에 눈이 먼 '아사다의 종'... 그것이 어제 우리가 본 피겨였습니다.
 

차마 이 프로그램에 실망한 어떤 팬의 글에서처럼 '이건 鐘이 아니라 終'...이라고까지 한것은
표현의 예의는 아닙니다만....  (작년 10월에 쓴 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위는 마오의 음악명이 좀 궁금해서 저녁무렵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된 어느 블로거의 글이다.
나는 피겨와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라서 그냥 내 방식대로 간단하게 결론내리겠다.
마오의 코치와 안무가가 라흐마니노프의 '종'이란 곡을 프리 연기곡으로 선택한 순간...
그냥 '종'친 것이다. ^^  
(해석이 너무 쿨!... 한가?)

2. 코치 선임 관련

오늘 마오 연기시 TV 자막에 보니까 코치'타티아나 타라소바'와 안무에 누구라고 세자 이름이 표시되어 있던데,
이름을 보니 아마 아마 안무가도 여성같이 느껴졌다.

연아의 코치와 안무가는 '브라이언 오셔'와 '데이비드 윌슨'으로 두 사람 다 남자. 
마오의 코치와 안무가는 모두 여자.
두 남자가 여제자를 가르치는 것과, 두 여자가 여제자를 가르치는 것.
연아 : 오셔(남)의  기술 + 윌슨(남)의 안무 -> 연아(여)의 연기
마오 : 타라소바(여)의 기술 + ?(여)의 안무 ->+ 마오(여)의 연기   
피겨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기술을 포함해서 결국 누가 더 아름답게 표현하는가 하는 운동종목이라면,
남성 두 사람과 여제자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여성 둘과 여제자가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연아 팀의 조합이 마오 팀의 조합보다 감성면에서 더 균형잡힌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오셔와 윌슨)가 여자애를 키울 때와, 어머니(타라소바와 여안무가)가 여자아이를 키울 때를
한번 비교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아버지들은 딸들을 키울 때 대부분은 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그러나 같은 여성인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다. 같은 여성으로서 때로는 매우 엄격하게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볼 때, 오셔의 아버지같은 무조건적 사랑의 훈련방식이, 타라소바의 어머니(할머니? ^^)같은 엄격한
훈련방식보다 더 민주적, 자율적, 효율적이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오셔의 연아에 대한 사랑... 타라소바의 마오에 대한 사랑... 과연 이 두개의 사랑의 크기를 같다고 볼 수 있겠는가?
  비록 사제지간이지만... 이성으로서 제자에 대한 사랑과, 동성으로서 제자에 대한 사랑은 같을 수가 없는거다. ^^ 

3. 코치의 국적 관련

연아가 2006년인가 코치를 정할 때, 어째서 많은 사람들중에 '오셔'를 정하게 된 것일까?...
'오셔'가 캐나다인이고, 2010년 동계올림픽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다는 것까지 고려된 것이었을까?...
자신을 가르치는 스승(코치)의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것은, 연아에게 얼마나 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며,
캐나다 언론에게도 얼마나 알게모르게 우호적으로 작용했을 것인가?...

연아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우호적인 환경들도 연아의 자신감과 안정감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연아의 금메달은 나같은 무관심자만 모르고 있었지 아주 오래전부터 큰 틀의 프로젝트에 의해 차근차근...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어 온 느낌이다.

4. 연아의 연기 관련

난 피겨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점프 기술 용어나 점수제도 등과 관련해서도 무식이 뺨을 친다.
난 그냥 한국인으로서... 연아를 좋아하고, 연아를 응원하며, 그의 경기를 감상 후에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남들처럼 박수치고 환호하는 사람이라, 굳이 피겨의 전문용어나 점수시스템 같은 것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런 무식한 사람으로서 오늘 본 연아의 연기에 대해서,
기술은 내가 잘 모르니 제외시켜놓고, 그냥 몸짓에 대해서만 몇 자 표현해 보자면,
1. 허리를 꼬며 돌아서는 몸짓에서 순간의 섹시함.
2. 여성으로 변모하기 직전의 소녀가 앙증맞게 장난치며 칭얼대는 듯한 몸짓.
3. 전체적으로 볼 때 느껴지는 연기의  편안함 (마오의 연기에선 정말 편안함이란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4. 큰 키의 흐느적대는 동작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아름다움과 우아함. 

뭐, 대략 이 정도다. 
내가 감상한 것은 매우 감정을 절제하고 객관적으로 본 것이긴 하지만, 
외신과 전문가들 입장에서의 감상평은 한마디로 '여왕폐하 만세!'....라니...
이 사람들이 립써비스를 오버한 건 아닐테니, 내가 정말 미치도록 무식한 것이 맞지 싶다. ^^

5. 연아의 의상 관련

안도 미키의 아랍풍 음악과 초록 의상에, 조금 신비하고 색다른 느낌이 느껴졌을 뿐,
그 외의 같은 조 선수들의 의상이 나보기엔 죄다 왜 그 모양인지?... ㅎㅎ...

연아의 코발트 블루 의상!... 압권이었고 군계일학같이 느껴졌다.
큰 키에 시원한 점프와 동작, 거기에 의상도 시원스런 파랑이라...
다른 선수들과 달리 어깨까지 시원하게 드러내니, 긴 팔이 더 길어보이는 착시현상까지.
그런 파랑새 한마리가 얼음 카바레에서 완벽한 스텝으로 춤을 추니,
홀에서 제비족같은 심사위원들이 침흘리며 가산점을 듬뿍듬뿍 안주고 배기나?...  
(아차!... 이거 내 직업이 뽀롱났군. ㅋㅋ)

6. 연아의 금메달을 만든 사람들!...

연아의 것만이 아니다.
연아를 마음으로 응원한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연아가 자신의 금메달을 벗어서 걸어줘야 할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


연아의 어머니다. 연아의 그림자같은 어머니.
연아의 어머니 박모씨가 없었다면... 연아의 금메달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연아도 힘들었겠지만, 그의 어머니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자식사랑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어머니들이 박모씨처럼 그렇게 열심히 뒷바라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난, 연아의 자서전이나 연아와 관련한 어떤 책도 읽은 바가 없다.
단지 티비나 뉴스에 간간이 비치는 그의 어머니에 대한 짤막한 몇몇 기사를 봐오며 판단할 뿐이다)

그 다음은 '오셔' 코치다.
쇼트 경기 직전에 그의 '제자 연아를 바라보는 미소'가 넷상에서 뉴스거리가 되었지만,
그 미소는 정말 내가 근래들어 보아온 최고의 미소였다.
그 어떤 로맨스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을 향한 남자주인공의 미소가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렇게 미남형인 얼굴은 아닌데도, 어쩜 미소가 그렇게 따뜻할 수 있는걸까?...
제자에 대한 전적인 신뢰의 미소... 제자의 긴장감을 눈녹이듯이 녹이는 미소...
'걱정 마, 연습한대로만 하면 되는거야, 넌 충분히 잘 할 수 있을거야'...라는 말을
말없이 수초간의 짧은 미소안에 담아서 제자에게 표현해 준 사람.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과연 연아의 금메달이 있었을까?... 

그리고 데이비드 윌슨 안무코치!...
티비에 비칠 때마다 연아의 긴장감을 풀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연아에게 항상 웃음을 유발시키던 남자.   
연아의 모든 우아하고 섹시하고 앙증맞고 장난스러운 오늘의 동작들이 그의 안무지도에서 나왔음을.

연아라는 대한민국의 한 소녀를 보배로 완성시켜 준, 
연아 어머니, 오셔 코치, 윌슨 코치에게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전하고 싶다. 

연아야!... 오빠다.^^ 오빠의 바램은 다른 거 없다. 
니가 부디, 타이틀과는 상관없이 '행복한 피겨'를 할 수 있기만을 손모아 바라끄마.

PS.
오늘 연아가 경기마치기 수초전에, 오셔코치가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꽂듯이 휘두르며 좋아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월드컵때 히딩크가 생각났다.
히딩크는 밑에서 위로 어퍼컷을, 오셔는 위에서 아래로 뿅망치질을!... 
히딩크가 상대팀 감독에게 '어퍼컷'을 올렸다면, 오셔는 타라소바 정수리에 '뿅망치질'을 했던 것일까?... ㅎㅎㅎ... 
향후 체육계의 어떤 외국인 사부를 모신다면, 그는 기분좋으면 정면으로 '스트레이트'를 날릴지도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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