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연애시절이나 신혼때와 같은
달콤함만을 바라고 있는 남녀에게 우리 속담은
'첫사랑 삼년은 개도 산다'...고 충고하고 있다.
사람의 사랑이 개의 사랑과 달라지는 것은
결국 삼년이 지나고부터인데
우리의 속담은 기나긴 자기수행과 같은
그 과정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열살 줄은 멋 모르고 살고
스무 줄은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줄은 눈 코뜰 새 없어 살고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줄은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
이렇게 철 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을
이처럼 명확하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다가
사십에 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며
소 닭보듯이, 닭 소 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날 머리칼이 희끗해진 걸 보니
불현 듯 가여워진다.
그리고 서로 굽은 등을 내보일 때쯤이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용케 견디어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이젠 지상에 머물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쭈글해진 살을 서로 긁어주고 있노라니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기보다는
평화로운 슬픔이랄까, 자비심이랄까?
그런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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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희망'이란 오아시스를 찾아서 사막을 걸어가는 일... 벗이라도 있으면 덜 힘들겠지.>
위의 글에서 10~70의 나이대에 맞게 사는 이유를
짧은 글로 설명했는데...
간혹 왜 사냐고 물으면!...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게다가 미래의 희망도 없는 이들은
'죽지못해 산다'...고 종종 말하기도 한다.
그들 입장에선 일견 솔직한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삶이 힘들어도 대충 그럭저럭 살만하니까 하는 말은 아닐까?...
힘들어도 죽을 용기까지는 없다는거다.
그래도 죽는 것보단 사는 게 낫기는 나으니 모두 살고 있는거겠지.
'희망'이란 단어 하나에 속아서 살아가다가,
결국 끝까지 희망에 속고 생을 마감하는 인생들도 많겠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지 누가 아는가?'... 라는 이 한마디를,
대다수의 경제적 약자들이 믿지않고 살아가기는 사실 힘든거다.
그 가능성이 몇 %가 되든, 그런 희망마저도 없는 삶이란 얼마나 막막하겠는가?...
'인생은 한판 뒤집기'...라는 말.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누군가 지어낸 말일거다.
그러나 또 생각해 보자면...
우리의 삶이란 것이 언제든지 '한판 뒤집기'가 가능한 만큼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던가?...
'비록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
이 말도 삶에 희망을 주려 누군가 지어낸 말일거다.
그러나 또 생각해 보자면...
이승에서 똥밭에서만 마냥 구를 바에야
저승에 가서 꽃밭에 구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단지, 현재로선 저승에 가서 반드시 꽃밭에 구를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저승에서 꽃밭에 구르기는 커녕 이승에서 지은 죄의 갚음으로
만에 하나 똥물에 잠수라도 당하게 되면 어쩔텐가?...
그러니 위의 말은,
'저승의 불확실성에 기대지말고, 이승에서 박터지게 살 궁리나 해라'...라는 의미같다.
또 죽으면?... 무슨 좋은 일이 있기라도 한건가?...
삶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이 저승에서도 없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당신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저승에서 꽃밭에 뒹굴만큼 그렇게 마냥
복을 지으며 살아온 것도 아니지 않는가?... ^^
그러니...
정말 죽고싶은 마음이 들도록 힘이 들 때...
죽을 용기까지 솟아날 때...
그 때가 마음의 바닥이고, 자존심의 바닥인거다.
그 바닥을 발로 차고 뛰어오르며
'안되면 죽기밖에 더하겠나?'... 란 생각으로 살아보기 시작하는거다.
문제는!...
'죽을 용기는 없고, 그렇다고 열심히 살 용기도 없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문제라면 좀 문제인거다.
몸과 머리는 전혀 움직이려 하지않고,
입으로만 '살기 힘들어 죽겠다'...란 말을
항상 달고 사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으니까.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
이 사람들마저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말로는 '힘들다... 힘들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그럭저럭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일 수도 있을테니까.
인생은 경제적 부가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모두 힘든 것이다.
그 인생의 고단함을 '살기 힘들다'...란 말을 좀 뱉어내며 한숨을 쉰다한들,
그 한숨으로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시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경제적 빈곤자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못산다'...는
일부 편협된 시각들을 가진 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다는 것이 사회구조상 그렇게 녹록하지 않기도 하고,
걔중에는 게으름을 나름 즐기며, 어느 정도 수준의 경제적 열악함을 감당하며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는 세상이니,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줄 일이다.
타인이 보기엔 게으름이지만, 자신으로선 '一身의 편안함'을 추구하는건데,
누가 뭐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겠는가?...
'치열하게만 사는 삶'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편하게 즐기기만 하며 사는 삶'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겠지만
가치관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르니까,
각자가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면 되는거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
'삶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고통에 비해 기쁨도 많으니 열심히 살아라.
살아서 별 통수 없으면 죽어서도 별 통수 없다. 걍 죽지말고 살아라.
우리 인생의 최대목적은 즐거움이다. 무조건 즐겁게 살아라.
즐겁게 살다보면 때론 병도 낫는다더라. 죽기살기로 즐겁게 살아라.'...
사실, 우리 유한한 인생의 목적이 '즐겁게 살아가기'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던가?...
태어난 목적은 크게 보면 똑같지만...
단지!... 그 목적을 실현하는 방법이 다른거다.
산더미같은 경제적 부를 가지고서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주어진 현 상황에 나름 자족하며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니.
결론이 좀 이상하게 나버렸군.
문제의 발단은 '왜 사는가?...였는데,
얘기하다보니 '자살방지'와 '쾌락주의자'의 웅변처럼 되어버렸네.
그것도 달마저 숨어버린 정월 대보름날 밤에.
PS. 1.
사실, '왜 사는가?'...라는 명제를 꼭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지금의 나보다는 좀 더 성숙한 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이다.
남들은 왜 사는지 나로선 잘 알 수 없지만,
나로선... 그런 이유로 살아가고 있다.
PS. 2.
시도때도 없이, 밑도끝도 없는 의문으로 시작해서,
생뚱맞은 결론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내 노가리의 특징이다. ^^
* Brian Crain - Eclipse of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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