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동기
어디서부터 슬픔이 시작되었는가
자유를 찾아나선 것이 그 시작이다
자유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얼마나 가슴뛰고 불안한 것인지
얼마나 고독한 것인지
그 때는 미처 몰랐던거다.
살아온 울타리를 벗어던지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인연을 놓아버리면
그러면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어리석은 그 때는.
이 섬 저 섬을 떠돌아다닌 후에서야
바다앞에서 수많은 술병들을 비우고 난 후에서야
방파제 바닥 찢어진 그물에 희망의 코를 꿰는
갈라터진 손들이 눈에 들어왔으며
수많은 삶들의 간절한 철야기도를 밤새 지켜보며
눈내리는 어둠속 도량송을 노래해 본 후에서야
자유는 이 세상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자리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걸 알았다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것
내가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
그러자 떠나온 세상이 그리워짐과 동시에
혹독한 노동으로 손상된 육신의 뼈가 아파왔다
내 자유란!...
아직까지는 까닭모를 슬픔과의 동침
인간이란 이름의 고독한 짐승들이 주고받는
그리 굳건하지 못한 언어와 감정들에 비켜서서
내 안의 소리와 벗하며 한 세월을 건너간다
내 등에 업힌 슬픔마저 내가 지겨워 떠나가는 날
비로소 온전한 내면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거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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