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사랑의 힘이 식성에 미치는 영향

라즈니쉬 2005. 9. 24. 01:08
어릴 때 엄마따라 시골 친척집에 놀러가면...
밥을 못먹었어요. 왜?
울 엄마가 만든 반찬 말고는 모두 더럽고, 불결하게 느껴졌거든요.
게다가 시골에 반찬이라는 게...
장아찌, 우거지, 된장, 막장, 쌈장...등등
색상이 좋은 반찬이 별로 없으니, 어린 눈에는 그냥
불결하게 보일 수도 있었겠지요.

그래서 친척(이모, 고모, 큰 어머니)어른이 밥상을 차려놓고,
엄마가 "얘야, 어서 들어와 밥먹으렴!" 하면 마지못해 방으로 들어가지만, 
미기적거리며 한숟갈 먹고 "나, 나가서 놀래." 하며 그냥 뛰쳐나옵니다.
그럼 엄마가 다시 붙잡으러 나왔지요.
하여간 어릴 적 엄마따라 시골 친척집에만 가면 식사시간이
제겐 너무 힘들었습니다.

국민학교 때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는데,
허름한 여인숙에 3박 4일 묵는 동안, 쫄쫄 굶다가
누구누구가 밥 안먹는다는 애들 얘기가 전해져서 선생님에게  디따 꾸중듣고 ...
돌아오는 마지막날 마지막 한끼 식사는...
배고픔을 참다못해...생존하기 위해 겨우 반그릇 비우고 왔다는...
슬픈 밥돌이(삼식이?)의 전설을 아시나요? (이거, 잘 나가다 갑자기 왜 이래?)

고등학교 시절까지 집에서 밥먹을 때,
된장을 직접 먹어본 것이 기억에 없군요.
(된장 채소무침같은 것 말고, 직접 된장에 고추를 찍어먹는다던가 하는 것...)
왜? 밥상에서 된장만 보면 자꾸 그것 생각이...
된장보기를 그것 보듯 했기 때문에, 지금 죄를 받아서 만성변비 투병 중일지도... 
젠장맞을 내 식성!

근데 크니까 이런 게 조금씩 없어지더군요.
물론 지금도 너무 걸은 음식은 잘 못먹지만 말이죠.

지금까진 글의 제목과 잘 매치가 안되죠?

그랬던 제가...

20대 시절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아, 글시...
사귀던 여자친구의 남은 음식까지 벌컥벌컥...
조금씩은 의도적이었지만...(난, 너의 침도 먹을 수 있다는...친근감 쌓으려...)

이거, 놀라운 밥돌이의 식성변천사 아닙니까?

냉면, 짜장면, 국 종류...할 것 없이 여자친구가 남기는 건,
제 배가 불러터지지 않은 한, 조금씩 더 의도적으로 먹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여자친구 눈에는 어케 보였을까요?
고수들의 연애테크닉을 읽어보고 난 후, 갑자기 이 점이 궁금해 지는군요.
(그 당시 한번도 상대방에게 이걸 확인 못해봤네요)

여자가 먹다 남은 음식을 먹어주는 이 행동이 
긍정적으로 작용될까요, 아님 부정적으로...
시대가 변해서 요즘은 이런 행동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되는걸까요? 

연애 고수님들은 이런 적 없었나요?

* 근데, 이상한 건 내가 먹고 남긴 음식 먹는 여자는 한사람도 못봤음.
  내 침을 나눠 먹을 만큼 날 사랑한 여성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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