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아파트촌으로 산책을 나갔다.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 아파트촌내의 공원주변을 운동삼아
걷곤한다.
1. 벤치에
앉아서.
햇빛나는 날보다는, 오늘처럼 흐리고 가라앉은 날이 참
좋다.
밝음보다 어두움에서, 기쁨보다는 슬픔에서,
희망보다는 절망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보려는 시도를 할 때가
있다.
내 안에는 우울한 인자가 박혀있는걸까?... 아니다.
난 그저 그냥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도 좋지만,
인간의
고통속에 한꺼풀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것에서,
또다른 기쁨을
맛보고 싶을 뿐이다.
내가 발견해 내는 이런 아름다움을 일컬어
혹자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아닌...
억지스럽고,
왜곡되고, 비틀린...변종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란 건 극히 주관적인
것이니...이를 어쩌겠는가?
한나라당 대표에게서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추물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
않겠는가?
벤치에 앉을때는 아름다운 시상 하나 건져보려고
앉았는데,
시상은 커녕 쌩뚱맞은 생각만 자꾸 떠올라서... 그냥
일어서버렸다.
내안에 시가 자랄 토양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나보다.
내 마음의 정원에, 엠피쓰리라는 물뿌리개라도 하나
심어볼까?...
삶이란 것에 많이 익숙해지면... 그런 때가
오면...
그때쯤이면 내안에서 자연스럽게 시가 흘러나올
수 있을거야.
난 삶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단지 조금 서투른 것일
뿐이다.
2. 풍경
1
내 반대편에서... 유모차를 천천히 밀고오는
한 여자가 있다.
지나치며 유모차에 누워있는 애기를 보니... 그
놈 참!... 아주 의젓하게 생겼다.
엄마되는 사람의 모습이
궁금해져서 얼른 옆눈으로 훔쳐본다.
배꼽티를 입었다... 그런데...옷 사이로 삐져나온
배가... 뽈록하다.
전혀 의젓하지 못한 엄마가... 의젓한
애기를 키운다.
3. 풍경
2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똥배 아저씨가... 딸을 데리고 걸어온다.
큼지막하게 알파벳이 써 있는 티셔츠를
입었다.
가까이서 보니... " I LOVE
JESUS!"
티셔츠 문구중의 LOVE를 붉은 하트로 표시해
놓았다.
똥배와 하트모양이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저런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난, 똥배나온 종교인들을 보면... 때때로 묘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4. 풍경 3
영세민
아파트단지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좋은 고급차들이 주차해
있다.
"이런 비싼 차를 굴릴 수 있는 사람인데, 부동산 욕심은 참
없는가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어가다가, 갑자기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영세민 아파트에 살면서 저딴 차를 굴리는 사람은
정상적인가?"
모든 것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
사람과, 그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과, 그 사람에
붙어다니는 장식들이...
5. 풍경
4
한 아주머니가 벤치에 앉아, 놀이터에 노는 아이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그 분위기가 꽤나 쓸쓸해 보인다.
바로 옆의 벤치에도 보는 방향만 달리한 채 어떤 아저씨가 턱을 괴고
앉아있다.
양복차림으로 나와서 왜 여기
앉아있는걸까?
인간들이 사는곳엔
어디서나...
고독과 외로움도 함께 살고
있다.
6. 풍경
5
대로변엔
조용하다.
추석연휴라서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쉰다.
넉넉치 않은 수입으로 그럭저럭 힘겹게 명절을 넘기고서,
지금쯤엔 숨을 한 번 돌리며, 또 어김없이 시작될 내일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노점상 두군데가 좌판을
열어놓았다.
양말장수 아저씨와 잡곡장수
아주머니.
제법 쌓아놓은 물건뒤에서, 막걸리병으로 권커니잣커니
하고있다.
저들은 추석명절을, 집이 아닌 길거리에서
쉰다.
막걸리 몇잔으로 저들의 가난과 외로움이 잠시나마 잊힐 수
있다면...
오늘 저들은...
물건을
팔러 나온 것이 아니다.
외로움을 팔고, 시름을 팔고, 한숨을 팔러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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