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의 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네가 없으면 자기연민에 빠질까봐
너를 사랑하는 것 뿐이다.
너를 통해 나 자신을 알고싶어서
너를 사랑하는 척 할 뿐이다.
혼자서 삶을 깨쳐가기엔 너무 막막해서
너를 통과하며 나 자신을 찾아가려 할 뿐이다.
나는 네 곁에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네 곁을 잠시 바람처럼 스쳐지날 뿐,
나의 행선지는 언제나 나일 뿐이다.
니가 나의 거울이 잠시 되어주듯이
나도 너의 거울이 잠시 되어주고 떠날 뿐이다.
내가 너의 삶을 잠시 부축해 주었듯이
너도 나를 잠시 부추겨주고 니 갈 길을 가라.
서로의 가슴에 작은 발자국을 남긴 채
그저 그렇게 남은 날들을 향해 살아가는거다.
한 때 사랑한 서로의 감정은 소중하지만,
사랑의 주체인 너와 나는 순결하지 못했다.
웃음은 있었으나 진심은 없었고
맹세는 있었으나 돌에 새기지는 않았다.
니 덕분이다.
모든 인간은 이기적임을 강철같이 믿고있었던
니 덕분이다.
나 때문이다.
모든 사랑은 희생적임을 순리처럼 믿고있었던
나 때문이다.
누가 불행하고 누가 행복한가?...
너는 나를 보며,
부디 차가운 웃음을 흘려라.
* 쇼스타코비치 왈츠 재즈모음곡 중 2번 - 리처드 용재오닐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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