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이런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
무작정 길을 나선 후,
생소한 지명이 적힌 시외버스를 타고,
해질녘 어느 낮선 바닷가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렸다.
바닷가에 위치한 농협 건물 주변의 저잣거리를 서성이다,
날은 어느듯 눈깜짝할 사이에 어둑어둑해지고,
하룻밤 묵을 숙소를 찾아 위의 사진같은 경사진 길을 200미터쯤 걸어올라갔더니
길 왼쪽편 경사지에 나즈막한 모텔의 종업원이 현관입구에 노란 불을 밝히고 있었으며,
다시 200여미터를 걸어 내려갔더니 해변도로 오른쪽에 붉은 색 네온간판의 3층 모텔이 있었다.
카운터 아주머니에게 경관좋은 방을 하나 달랬더니, '3층으로 올라가세요'...
방문을 여니 두 개의 면이 모두 큰 창으로 된 방.
1층 횟집에 전화를 걸어 술상을 방으로 시켜서 먹고...
두어시간 후 그릇을 가지러 온 아주머니... '아가씨는요?...
내가 아무 말없이 빤히 바라보고 있자, 그 아주머니는 기분나쁜 듯 문을 쾅~ 닫고 나갔다.
그리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깊은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
지난 밤에는 어둠에 묻혀 깜깜하기만 하던 창밖이,
알고보니 흰 모래가 길게 펼쳐진 해변이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지난 밤, 해수욕장의 가장 한쪽끝에 위치한 모텔에 든 것이었다.
부산 해운대 조선비치 호텔에서 바라보는 해운대 백사장 풍경같다면 비유가 될 듯하다.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며 아침시간 한참을 상념에 젖다가,
1층에 내려와서 횟집 해장국으로 속을 풀고...
모텔을 나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또 휘적휘적 길을 나섰던...
해변을 걷다가 버스가 오면 타고, 또 버스를 내려 해변을 걷고 하던...
한때 그런 젊은 날의 시간이 있었다.
PS.
글을 쓰다보니 생각이 난다. 포항주변의 어느 해안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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