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이 시대의 구호, '무슨 일이 있어도...'

라즈니쉬 2009. 12. 3. 15:43


1. 세종시 관련 뉴스 하나

(머니투데이 기사 중 인용…)

가. 이명박 - ?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 간 청와대 조찬에서도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국민과 충청도민 모두가 용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조찬 회동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모든 성의를 들여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그래도 안 되면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조윤선 - 한나라당 대변인
"정부가 세종시 대안을 내놓았는데 충청도민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밀고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 "세종시 문제는 국민과 충청도민이 찬성하는 범위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 김은혜 - 청와대 대변인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며 "더 많이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위의 내용은 동일한 기사 중에서 3명의 발언을 보기 쉽게 발췌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해석이 다르다.


<조윤선 - 국민과 충청도민이 반대하면 그만두겠다.>
<김은혜 -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같은 말을 듣고서도 두 대변인이 방점을 찍는 자리는 다르다.
여당과 청와대 대변인의 방점 찍기가 서로 바뀌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의 입장은 그래도 선거시즌을 고려해서인지 조금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척이라도 하는 듯이 보인다면,
청와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갈 때까지는 가 본다'라는 뜻으로 보인다.
국민의 세금으로 광고홍보비 뿌려가며 목숨 걸고 여론전을 펼쳐보겠다는 것.

'XX 하면 XX 하겠다'가 아닌, 단지 'XX 하겠다'라는 형식이다.
단서와 조건이 전혀 없는… '결국은 하고야 만다'라는 말로 이해하게 되며,
좀 더 나아가서는 그들만의 '불굴의 의지'까지 엿보게 된다.

불굴의 의지!... 참으로 듣기 좋은 말이다.
권투선수 홍수환이 타국에서 불굴의 의지로 4전 5기 하며 카라스키야를 때려누이던…
그때 그의 의지는 온 국민들을 눈물과 환호와 기쁨으로 넘치게 했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들의 그 무모한 불굴의 의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대운하 관련 뉴스 하나

(연합뉴스 기사 중 인용)

정운찬 국무총리는 2일 일각에서 주장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대운하 건설의 연계 가능성과 관련,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안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이 대통령에게 여쭤봤는데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한다'고 했다"면서 "사실 나는 '국민이 원치 않으면'이라는 말을 뺐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믿어달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중략)…

이밖에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이 무산될 경우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어떤 답변을 하더라도 일을 하는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어제 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대운하용 갑문' 관련뉴스에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총리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통령이 대운하를 안 할 거라 생각한단다.
이건 총리만의 생각이지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다.
이 나라 대통령은 자신이 한 말까지도 뒤집으며 '난 몰라요' 하던 사람인데,
제3자인 총리가 한 말 따위를 뒤집거나 발뺌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거다.

사실, 총리도 대통령이란 자의 속을 모르긴 모를 거다.
대통령으로서 책임총리도 아닌 꼭두각시 총리인 자에게 남은 임기 중의 전략을
허심탄회하게 밝힐 이유는 없을 테니까.

'국민이 원치 않으면…'이란 말을 대통령이 절대 못 빼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는 여론이 불리하지만, 국민이 원할 때까지 광고홍보하면,
결국에는 많은 국민이 원하게 될거라는, 여론전에서 이길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대통령 자신의 뜻을 굽혀가며, 현재의 국민들 뜻대로 순순히 따른다는 건 '통치'가 아니니까.
자신은 한 국가의 최고권력자이고 항상 옳으며,
국민들은 단지 다스려야 할 대상이지 의견을 묻는 대상은 아니니까.

그래서 며칠 전 방송도 '대통령과의 대화'였지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었던 거다.
'이 답답한 국민들아, 내가 가르쳐줄게…'라는 형식의… 대화가 아닌 변명과 설교.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믿어달라…'

믿을 수 있는 짓을 해왔다면, 믿지 말라고 말해도 내심 믿음이 갈 것이다.
대통령이 살아온 일생의 온갖 탈법, 위법, 편법을 알면서도 믿어달라고 하는 총리!
당신은, 그 사람의 바람잡이거나 공범이다. 꼭두각시 총리가 국민들에게 사기꾼 대통령을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그 자체가, 국민들 눈에는 얼마나 개그로 보이는지 알고는 있는 건지…

'믿어주세요…' 노태우도 알고 봤더니 결국 보통사람은 아니었던 까닭에,
이 나라 국민들은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사람은 정반대로 안 믿게 되어버렸다.
그게 이 나라 국민들의 불행한 학습효과다.

'세종시 수정안 무산 시 사퇴할 거냐?'는 질문에는 그냥 입을 닫는다.
이 정부의 공직자는, 어떠한 일에도 스스로 책임지려 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개인적 바람으로는 '목숨을 걸고 국민들을 위한 봉사를 하겠다'는 각오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은 정치도 하지 말고 공직자가 되지도 않았으면 좋겠는데,
목숨은 아닐망정 직책에 따르는 응분의 책임도 지기를 꺼리는 총리라니…

후안무치한 대통령… 후안무치한 총리… 후안무치한 공직자들…
그런 그들을 옹호하는 후안무치한 찌라시 언론들…


3.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정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 할 것이고,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속이며 대운하를 건설하려 할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은 청와대 대변인 김은혜의 말에 그대로 나와있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한마디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가며… 국민들이 반대하는 모든 정책들을…
국민들 생각이 바뀔 때까지… 국가예산을 들여 선전하고 홍보하며…
현재의 불리한 여론을 뒤엎어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

그렇다고 이 정부가 전적으로 여론에만 굳이 의지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만약에 그래도 여론이 바뀌지 않고 여전히 정부에 불리하게 돌아가면,
그때는 딱 한마디 하고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경부고속도로도 처음엔 모두가 반대했다.'

이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슨 일이 있어도' 지들 뜻대로 할 것 같은 저 사람들에 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저들의 만행을 정말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이 진정 주인 되는 새날을 맞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암흑기도 이 나라엔 반드시 통과의례로 필요한 거라고…
그렇게 자위하며 이 시대를 물끄러미 바라봐야 하는 걸까?
정말로 벽을 향해서라도 고함지르고, 인터넷에 글 한 줄이라도 더 쓰며
저들의 거짓을 알리는 방법뿐인 걸까?

창밖을 보니 음산한 날씨… 모니터를 보니 한 줄의 뉴스.

"특히 내년은 희망 근로사업 예산이 5천727억 원으로 대폭 줄어 올해의 33.5%에 불과하고
사업 기간도 4개월로 단축돼 참여자는 10만 명에 그칠 전망이어서
저소득층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합 기사 중에서…)

아직까지는 봄 같은 겨울 날씨인데도, 서민들의 마음엔 벌써 얼음이 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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