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가끔 먹는다.
자주 먹는 건 아니고, 1주에 2번 정도.
반찬이 마땅치 않거나, 먹는 것이 귀찮을 때나, 제 시간에 식사를 놓쳐 점심과 저녁사이에 어중간할 때.
하지만 나는 가능한 라면을 안먹으려 노력한다.
라면 애호가들은 섭섭하겠지만, 난 라면으로 한끼 식사를 때우는 것을 그리 바람직하게 생각치 않는다.
독신자로서 신속성과 한끼 비용과 간편함만을 생각한다면 라면보다 더 나은 끼니가 드물겠지만,
그런 점에만 촛점을 맞춰 식사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망가지는 건강은 어쩌려고.
모래알도 소화시키는 20대는 그렇다쳐도, 중년이 되어서도 라면을 밥먹듯이 해서는 절대 안돼. ^^
(이미지 = 다음 검색 펌)
1. 라면끓일 때의 부재료
여러가지 이유로 라면으로 한 끼 식사를 대체해야할 때,
내가 라면 끓일 때 필수적으로 넣는 재료는 양파다.
난 웬지 모르게 양파가 라면스프의 유해 독성을 조금 중화시켜 줄 것 같은 비과학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
라면이 다 끓어갈 때 넣으면 양파의 달짝지근하고 아삭거리는 맛도 참 좋다.
양파가 떨어졌을 땐, 파도 종종 넣곤 한다. 보통 두가지 중 한가지만 넣는다.
그 다음으로 넣는 건 버섯이다.
양송이 버섯. 마트에 가면 한봉지에 5개들이가 1,500원 정도 한다.
이 양송이 버섯 하나를 채 썰어 넣는다.
그 다음으로 넣는 건 계란이다.
또 그 다음으로 넣는 건 냉장고 야채칸에 남아있는 깻잎.
유통기한 지날까말까하며 시들어가는 콩나물.
뜨거운 물에 데친 후, 냉동실에 얼려놓은 브로콜리.
전장 김 2장을 손으로 뜯어 6등분 해 놓고. (요건 라면을 먹을 때 살짝 넣어서 먹으면 김의 향기가...)
라면 + 양파 + 계란 + 버섯 + 콩나물 (깻잎) + 브로콜리 + 김...
이게 라면이야, 라면 전골 요리야?... ㅋㅋ
말하자면, 난 할 수 없이 라면을 먹어야 할 때, 균형있는 영양섭취를 위해서
라면에 어울릴만한 이것 저것들을 다 넣고 잡탕라면을 끓이는 편이다.
2. 계란 사건
그런데 오늘 사고가 발생했다.
황태라면에 양파와 버섯과 브로콜리를 넣고 다 끓어갈 즈음해서 계란을 하나 깨뜨려 넣었는데...
씽크대의 개수대 모서리에 계란을 탁~하고 두드려 바로 옆에서 끓고있는 냄비에 넣다가 보니,
계란에서 거므스레한 구정물같은 것만 툭 터져나오고 노른자와 흰자는 아예 없다.
상한 계란!... 아직 유통기한이 열흘넘게 남은 계란인데... 제기랄!... 우째 이런 일이...
그대로 끓여먹어야 하나, 아니면 냄비채 버리고 다시 끓여야 하나...10초간 생각했다.
그리고 주저없이 냄비채로 개수대에 쏟았다.
그냥 먹었다간 약값이 더 지출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후에 내가 버린 라면의 원가를 생각해봤다.
황태라면 1,200원 + 양파 반쪽 150원 + 버섯 한개 300원 + 브로콜리 반통 700원 = 2,350원
용돈아끼려 고생하는 자취생들이나 라면족들이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과연 나처럼 이렇게 쉽게 라면 한 냄비를 눈 딱 감고 버릴 수 있을까?...
상한 계란쯤이야 끓으면 균이 다 죽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까워서 못버릴걸.
계란에도 엄연히 유통기한이 있고, 마트에 계란을 살 때 유통기한을 눈여겨 보면
10개들이의 유통기한이 불과 2~3일밖에 남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계란을 구입할 때는 신선한 계란이었으나, 냉장고에 넣어놓고 신경쓰지 않다가
오랜만에 계란후라이나 해 먹으려고 프라이팬에 깨어놓다 보면
상한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직 많은 자취생들이 계란의 유통기한을 전혀 고려치 않고,
냉장고를 만능으로 생각하고 계란을 무심결에 냉장고에 보관중일 것이다.
그러다 반찬이 마땅찮을 때마다 계란후라이 한 두개씩 해먹고...
계란후라이를 할 때도 노른자가 후라이팬위에 풀어지는 건 신선한 계란이 아니다.
계란을 깨뜨린 후, 노른자가 동그랗게 그대로 원형유지가 되어있어야 신선한 거다.
그러므로... 오늘의 경험은!...
라면에 계란을 넣을 때, 냄비에 바로 깨어넣지 말고, 작은 종지나 컵에 깨뜨려넣은 후,
계란의 신선도를 확인하고 냄비에 부어넣자.
좀 번거롭게 생각되겠지만, 오늘 나같이 원가만 2,350원짜리 영양라면 한 냄비를
개수대에 다 쏟아붇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할 수 없는거다.
지금까지 나는 계란을 냄비안에 넣고 막 휘저어서 계란을 풀었는데,
다른 종지에 먼저 깨뜨려넣어서 젓가락으로 휘저어 풀어서 넣는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뭐, 결국 그게 그거겠지만. ^^
오늘 나는,
다 된 밥에 재 뿌린 게 아니고, 다 된 라면에 상한계란 깨어넣기... ㅋㅋ
PS.
1. 라면 한냄비를 쏟아붓고, 같은 과정으로 다시 황태라면 하나를 끓였는데...
개수대에 계란을 또 탁~ 두드려서 계란 껍질안의 노른자가 상하지 않았나를 본 후,
재빨리 냄비에 넣는다고 빠른 동작으로 했으나... 개수대에서 냄비까지 50센티 거리에
흰 자가 주르르 다 흘러버렸다. TT.
(그러니 먼저 다른 종지에 계란을 깨어넣고 천천히 살펴본 후 부어넣어라는 거. ^^)
2. 농심라면 안먹은지가 좀 되었군.
농심쥐대가리 라면 파동과 안티조중동 광고와 맞물려서 그 후론 농심을 안먹었군.
농심 특유의 매운 맛이 대한민국 라면족의 위장을 상하게 할 거라는 비과학적 신념. ^^
여름엔 삼양의 야채열무비빔면 추천.
'나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질아!... 고마워!... (0) | 2009.08.16 |
---|---|
미국산 소고기가 안팔리는 결정적인 이유 (0) | 2009.08.16 |
쥐눈에 미생물이 안보인답니다. (0) | 2009.08.01 |
이명박 재래시장 방문기 (돌발영상 녹취록) (0) | 2009.07.02 |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한 이유 (0) | 2009.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