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치질아!... 고마워!...

라즈니쉬 2009. 8. 16. 19:31


치질때문에 약 보름정도 동안 배변후 매우 아프고 불편했다.

5년간 식이요법으로 변비를 고치고 나니 그동안의 변비후유증으로 치질이 생겼다.
( * 내 식이요법 - 아침식사 : 바나나 + 사과 + 고구마 + 매실원액)
이틀동안 "치질"이란 단어로 인터넷검색을 하다보니, 그동안 내가 막연히 알고있던 "치질"이 혹시
"치루"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간간이 배변후에 속옷에 묻어나오던 액체가 내가 알고있던 점액이나 체액이 아니라
치루증상의 고름일수도 있겠다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였다.
다음날 대장항문의원에 진료를 가기로 마음먹고선 마음속으로 빌었다.
"부처님!... 치질이면 즉시 수술하겠으니 제발 치루만 아니게 해주십시오..." 라고...
왜냐하면 치루는 아주 골치아픈 증상이었다. 재발율이 높아서 한번 수술해도 재수술이 흔하다는 것.
더구나 난 만성변비가 20년에다 속옷에 점액질이 묻어나오기 시작한 증상은 5년이나 되었으니
악성치루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그동안 왜 진작 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안받았을까... 하는 후회와 자책감.
흔히들 말하길, 병이란 몰라서 키우는 사람들이 많으니 아프면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떠들어서
자신이 정보면에서 모르는 상황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는 말을 그냥 듣고 흘린것이 무척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나같은 치질이나 항문질환은 주변사람들에게 알리기도 좀 민망한 부분이라서
대부분 상태가 악화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다는 인터넷의 경험담들이 딱 내 상황으로 느껴졌다. 

내치질과 외치질
    (이미지 다음검색 펌 - 내 경우는 내치핵 2기로 판단된다. 오래된 증상치고는 다행이다)


다음날 대장항문의원에 가서 진료했더니 천만 다행으로 치루는 아니고 치질이란다.
나는 내치핵이 있는 상태이며, 그동안 묻어나온 점액은 고름이 아니고 치핵의 점액이 맞단다. 
진료의사에게 그동안 나의 만성변비와  증상들을 말하고 직장암으로 돌아가신 부친의 병력을 말했더니,
가족병력이 있는데 왜 아직 대장내시경을 한번도 안받아봤냐고 하시면서 질책하셨다.
나도 부친의 병력때문에 나름 섭생을 신경써오긴 했지만,  항상 대장항문 관련질환이 근심거리였다.
그런데도 살아오면서 병원에 가본적이 거의 없을 정도인 나는, 무슨 내시경이란 말만 들어도 그 자체가
공포로 다가오기만 했다. "그래, 이 기회에 오래된 근심거리를 해결하자..."고 마음먹고
이틀후에 대장내시경 검사예약을 하고 하제를 받아 돌아왔다.

간호사의 설명대로 검사전날의 식사방법을 준수하고, 자기전에 하제를 먹고 물 2리터 마시고,
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제를 먹고 물 2리터를 마시고... 물만 나오는 배변을 보는 장청소를 했다.
그런데 두번에 걸쳐서 한시간동안 물 2리터를 마신다는 게 이토록 고통스러울 줄 몰랐다.
(미운 인간들에게는 다른 방법들보다도 물을 먹여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그리고 수면 대장내시경으로 진료결과 아주 작은 용종 하나를 제거했고 다른 이상은 전혀 없다는
진료의사의 말을 듣고 난 후 매우 기뻤다.
부친 돌아가신 후 근 20여년, 아주 오랫동안 내심 해왔던 걱정이 해소된 것이다.
그 다행스럽고 개운한 기분은 "앓던 이를 뺀 기분"이라는 표현으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수면 대장 내시경을 한 느낌은, 관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좀 아프고 불편한 느낌이 드는데도,
의식이 몽롱한 상태라서 신음소리를 못내는 상태가 오는데, 그 느낌의 시간이 약 10초정도라고
느껴졌다. 그리고선 간호사가 깨워서 일어난 후, 진료의사의 소견을 들었다)

                                             (다음 검색 펌 - 건강한 대장의 이미지 )
                               ( 진료후에 4부분을 찍은 이런 사진이 현상된 A4 용지를 받아보았다) 

그런데 대장항문의원을 나오면서 드는 생각이,
이렇게 하제를 먹고 대장과 위장을 한번 비우기도 힘든데,
이 기회에 위 내시경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같은 건물 9층에 다른 내과가 있어서  바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위장이 평소에 아프고 한 건 아니었지만, 내 치질증상이 치루인 줄 알고 이틀동안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아프지 않아도 검사를 해서 내 몸 상태를 알아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신경쓴다고 썼지만, 대충 자신의 짐작으로만 몸 상태를 알고있는 것 보다는,
확실히 알 수 있는 병의원의 방문 진료에는 너무 등한시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위 내시경도 수면상태로 했는데, 대장내시경에 비해선 불편하거나 아픈 느낌이 전혀 없었다.
검사결과도 전혀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돌아오다가 드는 생각이,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있으면 무조건 빨리 치료하는 게 돈을 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요즘 양치질할 때마다 점점 심해져오는 치아의 시큰거림이 떠올랐다. 
3개월전 치과에 스케일링하러 갔을 때 의사가 하는 말이,
치아 잇몸부분의 신경조직이 드러난 치아가 10개인데 오래 놓아두면 심해져서
신경치료를 받아야 하니 빨리 신경 드러난 부분을 치료하라는 말이 생각났다.

곧장 치과로 향했다. 그리 바쁘지 않은 치과라서 예약을 안해도 상관이 없을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하루에 열개를 다 하기에는 환자가 힘드니, 오늘 5개를 하고 다음에 날을 잡아
또 5개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5개를 때우고 보니 별 힘든줄도 모르겠고 시간도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서 나머지 5개도 오늘 다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10개 치아를 다 때우고 집에 와서 치아 치료 관련 검색을 해 보니 내가 치료한 방법이
"레진치료" 인 것 같은데, 다녀왔던 치과 간호사는 레진이긴 한데 좀 다른 거라며 "스..."뭐라고
3자로 된 영어를 말하던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 후 알고보니, 치아의 대부분 문제점은 우리의 잘못된 칫솔질이 주원인이란다.
다음날 거금주고 인터넷 쇼핑으로 "필립스 음파칫솔" 재까닥 구입완료.
(치아는 좀 아프기 시작하면 진짜 돈덩어리라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 )

이렇게 하룻동안 대장내시경, 위 내시경, 치과치료 3가지를 다 마치고 나니
하루에 나의 건강 검사와 치료비로 80여만원이 들었다.  
대장내시경 12만, 위 내시경 8만, 치과치료 60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아주 오래된 근심걱정을 해소하고 나니 무척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제고 해야하는 치질 수술은 아직 선뜻 할 용기가 나지않는다.  
짧게는 한달, 길게는 두달을 간병인없이 혼자서 고생할 생각을 하니...
그저께만 해도 치질이면 당장 수술받을테니 치루만 아니게 해달라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빌며 진단받으러 갔건만, 급해서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라진거다. ^^... 
당분간 술을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이며 치질을 잘 관리해 갈 수밖에.

평소에 내가 건강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구나 하는 생각에,
내가 사는 구의 보건소 홈페이지도 들어가보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도 들어가보고
그동안 내가 알지 못하던 병의 원인과 증상을 재미삼아 읽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엔 정말 수많은 병의 종류가 있는데, 현재의 내 몸에 확실한 병은 일상생활에 그리 크게 불편하지 않은
치질이란 병 한가지뿐이니, 현재의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  

정말 요즘같이 속도전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가지 병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내 승진을 위해서, 출세를 위해서... 정신없이 달려만 가는 현대인들.
이 모든 것들도 자신의 건강없이는 이룰수도 없거니와, 목표를 이룬 후에 몸에 불치병이 생겼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신체에는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병들이
벌써 몇가지씩 도사리고 있는지 모른다. 
병이란 일상생활의 잘못된 습관이  몸의 균형을 무너뜨려 병을 불러오는 것.
자신의 일상생활의 습관을 꼼꼼이 체크해 보고 항상 좋은 습관을 체화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교 보왕삼매론에서는 "몸에 병없기를 바라지 마라"...라고 한다.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아라는 말이다.
난 이번 조금은 우스꽝스런 나의 치질사건으로 인해, 
내 건강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무척 다행으로 느끼며 감사한다.
치질아!... 고마워!... ^^

* 그나저나 의료민영화되면 정말 돈없는 사람은 치료도 한번 못해보고 죽어야 한다는데 걱정이다.
이가 아파도, 몸에 문제가 생겨도 워낙 높은 진료비 걱정에 선뜻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는 상황.
세상의 모든 사건은 동시대를 살고있는 나와 모두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의료민영화, 난 죽어도 반댈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