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딩동댕지난 여름

라즈니쉬 2009. 4. 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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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은 그렇게 가고... 잠자리채 들고 나비잡으러 가자.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지 왜 나비를 잡느냐?... 나비채는 따로 안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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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점의 친구가 부산으로 휴가를 내려온 27세 여름...
고향인 부산은 식상하니 두 사람은 다른 곳으로 휴가가자고 합의.
텐트메고 찾아간 곳이 울산 관성 해수욕장

직장의 격무에 시달리던 때라 사실 두 놈 다 노는 것엔 완전 젬병.
머시마 새끼 둘이서 해변가에 동그란 조약돌을 줍다가...
저녁엔 맥주 마시며 뭔가 석연찮은 두 놈의 인생을 논하다가...
"내가 꿈꾸던 건 이게 아닌 것 같은데..." 또는 "뭔가 미래가 불안해..." 
그렇게 밋밋하게 하루를 보내고, 하여튼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둘이서 디비잤다

근데, 아침이 되니 귓전에 "쏴~아... 쏴~아..." 하는 소리가.
해변의 파도소리가 알람으로 작동.
아! ~~ 그 순간 만큼은 굉장히 행복했다.
옆을 돌아보니 친구놈도 파도소리에 깼는지 눈꼽낀 얼굴로 부시시 눈을 뜬다.
젠장!... 옆에 그 친구놈이 아가씨였다면 영화의 한 장면이었을텐데...
(일반적인 모래백사장에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와는 다르다.
이 곳은 조약돌밭 위를 파도가 밀려오며 덮치고, 다시 조약돌밭의 돌과 돌들
사이로 파도가 빠져내려가는 소리... 상상력을 발휘해서 느껴보시길.)


일어나서 두 놈이 텐트앞에 퍼져 앉았는데...
아직 덜 깬 눈에 뭔가 화사함이 포착된다.
눈을 비비고 촛점을 잡은 후 핀트를 맞추니... 10미터 전방에 한 이쁜 츠자가.

눈에 들어온 화사함은 그 츠자가 입었던 팬츠 색상.
흰 색 바탕에 붉고 큰 꽃무늬가 여기저기 그려진 팬츠였는데,
(오해마소. 빤쭈가 아니고 팬츠여. 7부길이 해변 산책용에 적당한 팬츠...
지금은 꽃무늬 의류가 많지만, 그 때 당시엔 꽃 디자인 팬츠는 매우 드물었다)

여름날 아침... 어느 한적한 해변에서...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꽃무늬 바지를 입고... 조약돌을 주우며... 해변을 걸어가는... 이쁜 츠자.
우리 두 놈은 영화가 아니었는데, 그 츠자의 움직임은 정말 영화의 장면...

우리 두 놈, 동시에 한 말..."야~아!!!"
감탄사만 뱉으면 뭐해?... 말 한마디 붙일 숫기라곤 찾아볼 수도 없던 두 놈.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엔 내 똘또리도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 같다.
한참인 20대였는데... 더구나 잠에서 막 깬 아침이었는데... 왜 안 꼴렸을까?...

으음... 1분간 생각을 좀 해 보니 이렇다.
감쎄이 똘또리의 본성은,
"섹시함 앞에서는 꼴리지만, 아름다움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 경배한다"


하여튼... 지나온 여름을 추억하다 보면...
그 때 그 바닷가의 아침이 항상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머리속에 남아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영상이라 뇌속에 깊이 각인이 되어버린 듯. 

파도소리에 눈뜬 그 아침, 꽃팬츠를 입은 이름모를 그 꽃갈매기 한 마리가...


* 그 꽃갈매기가... 아마 안여사는 절대로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 관성 해수욕장은 여름이라도 그렇게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다.
울산 시외버스 정류장에서도 버스를 타고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거든.
1시간 정도는 더 타고 가야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도로사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울산에 지존님, 어데갔어?...
그리고, 바닷가 조약돌들도 너무 좋았다.
뭍으로부터 모래사장 다음에 조약돌밭의 폭이 6미터는 족히 되었던 듯.
그리고 산쪽 방향에서 맑은 민물이 내려오는 하천이 있어서,
해수욕후에 별도로 수돗물로 샤워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한적한 곳이라 바가지 요금도 없었고, 해변에 인공구조물같은 것도 전혀 없었던,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한적한 휴식처였다.


사진찾으러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더니,
지금도 이 곳의 주변풍경은 20여년 전과 별 차이가 없네.
땅값도 20여년 전과 같으려나?... 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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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갈매기 이미지 찾다가 없어서, 걍 누드갈매기 올리요.

<2008. 9. 3  서프라이즈 가무방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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