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정훈희를 참 좋아했는데...
약한 웨이브를 넣은 긴 머리를 가을바람에 날리며 혼자 철길을 걷던 여인...
모두 만들어진 이미지이긴 하지만, 어릴 적 난 그냥 보이는 것만 믿었으니까.
어린 눈에도 어찌 그리 청순하고 여성스럽던지...
근데 어느 날... 생전 어디서 보지도 듣지도못한,
껄렁패같은 김태화와 결혼을... 에이, 제기랄!~~~
"좋아서 만났지요"... 이 곡은 지금 들어도 참 좋네.
어릴적에도 특히 노래 후반부가 참 인상깊었어.
"이제는 모두 지난날의 꿈이었나봐.
꿈만을 안고 나 혼자 살아가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아~~~ 아~~~
좋아서 만났지요~"
노래를 따라부르다가
"꿈만을 안고 나 혼자 살아가야지"... 이 부분에선,
어린 나이였지만 매우 슬픈 생각이 들어서,
따라부르다가 목이 메여 노래를 다 못부르곤 했다.
그 때 도대체 내가 느낀 감정이 뭐야?... 거, 참!...
선천적 울컥증이 좀 있었나?...
지금 와서 보면... 정훈희가 나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것 같아.
난... 지금 이렇게, 나 혼자 살아가잖아.
노래 한곡이 한 사람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걸,
내가 몸소 증명해 보이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내 운명을 바꿔줄 또 다른 노래 한곡을 틀어줄 가무동지들을
기다려본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같은 유치원 행진곡말고.
틀어주면 좋고... 안틀어주면 그만이고...
뭐, 난 이 세상에 그다지 바라고 기대하는 게 없는 사람이니까,
틀어주든지 안틀어주든지 느그 맘대로 해보세요.
난 '미수다' 구잘이나 보러 갈라요.
<정훈희와 조카 가수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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