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빗속의 연가

라즈니쉬 2021. 1. 29. 23:01

작년 11월경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다가

잠시 지나가는 한 장면에 내내 꽂혀있다가

이제서야 유튜브에서 옮겨놓는다.

 

1.

영화속 술집 풍경이 청춘시절 가끔씩 갔던 3류 클럽을 닮아있다.

  

노래 한 곡 부르려면 1,000원을 내고 밴드 마스터에게 번호적힌 종이 티켓을 산 후,

해당 번호를 호명하면 무대에 나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던...

노래를 부르면 흥에 못이긴 관객들 몇몇이 무대로 나와 음악에 맞춰 부르스나 고고춤을 추거나 했었다.

 

청춘들의 소음과 열기로 가득찬 나이트와 비교하면

3류 클럽은 중년들이 많았고 조금 차분한 분위기였다고 할까?...  

 

혼자서 맥주 서너병과 안주를 시켜놓고 마시며

아버지, 어머니뻘 되는 중년남녀들의 조금은 김빠진 듯한 무대를 구경하고 있다가,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을 땐 마스터에게 티켓 사서 한 곡 부르고 나오곤 했던...

 

접대 아가씨들이 있던 클럽엔 무대 가장자리로 커튼이 달린 방들이 있었고,

영화장면처럼 방은 없이 테이블만 있는 클럽도 있었다. 

 

직장동료들과 친구들 없이도 종종 혼자서 술을 마시러 다녔던 난 

그 때 당시 무슨 고민이 그리 많았을까?...

타인들과 어울려 4번이라면 혼자서 6번꼴로 혼술을 했으니...

 

그 때의 나에게 위로를 보낸다. 

 

2.

영화를 보다 초반부 멜로디 흐름을 들었는데,

이야기의 흐름과 장면의 쓸쓸한 분위기 탓에 마음이 아려왔다. 

 

언젠가 어디선가 분명히 들어봤던 흐름인데

떠오르질 않아 영화가 끝난 후 바로 검색해보니 김현식 노래다.

 

'옛사랑 그리워 흐느껴 우네'

 

옛사랑을 추억하는 일은

사람들마다 특별히 의도치 않아도 살면서 종종 있는 일이겠지만,

이 노래를 김현식의 애절하고 처절한 목소리로 들으니

가슴이 찢어질 듯 하다.

 

옛사랑에 대한 아픔인지

덧없이 흐른 세월에 대한 회한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영화를 본 후로

마음이 쌔~할 때마다 유튜브를 켜서 이 곡을 찾는 나를

나는 두 달째 보고 있다.

 

 

'나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발 나리는 창가에서  (0) 2021.02.04
태도  (0) 2018.09.18
필적으로 보는 심리   (0) 2018.03.15
목적과 목표와 꿈  (0) 2015.05.20
영원: 삼촌의 아내를 사랑하다   (0) 20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