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눈발 나리는 창가에서

라즈니쉬 2021. 2. 4. 00:27


1. 어찌할 수 없는...


얼마전 SBS '아카이브K' 라는 프로그램에 이문세가 나왔을 때
작사가 김이나가 이 곡을 작사, 작곡한 이영훈의 섬세함에 대해 얘기하며 
'...눈이 정말 올라가더라고요'...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 하나에 불을 붙이고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간간이 바람이 일 때마다 눈발이 상반신을 덮치며 방 안으로 훅~ 훅 들이친다.
내 몸이 마치 눈내리는 거리에 서 있는 듯 하다. 

골목 가로등 전구 아래로, 내려앉는 눈 입자도 보이고 올라가는 눈 입자도 보인다.
이영훈은 바람부는 날의 눈을 가사로 옮긴거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없으면 눈은 중력을 거스르고 결코 하늘로 올라갈 수 없다.

모든 힘든 이들의 고단한 삶에도 가끔씩은 바람이 불어
저 날아오르는 눈발처럼 잠시나마 중력없이 둥실 띄워진다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주 섭리상 그런 선한 바람도 인연이 있어야 만날 수 있을거다. 

인간은 자신에게 할당된 몫의 고통을 오롯이 다 겪어내지 않으면
결코 비상할 수 없으리!... 

'영하 10도에서 영하 1도까지 달려온 인생.
왜 아직 고통의 얼음이 안녹느냐고 불평하며 포기하지 말자.
녹는 지점 0도까지는... 단 한 걸음 남았다!'...
라는 주문(呪文)을 걸기엔 나는 너무 영악하고 너무 오래 살았다.  

'녹는 지점'은 귀천(歸天)하는 순간이요,
'단 한 걸음'은 여생(餘生)일지도 모른다는 게 인생의 슬픔이며
삶은 고해이고 고통은 살아있음의 반증임을 알기에...  

2. 돌이킬 수 없는...

지나온 일... 옛사랑... 후회... 지나온 내 모습... 그리운 것...
가사속의 단어들.

세월이 흐르다 보면... 
지난 어떤 고통들은 대수롭잖게 느껴지고, 
지난 어떤 일상은 뒤늦은 회한으로 고통스럽기도 하고... 

왜 좀 더 효도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이해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노력하지 못했을까?...

아침 해는 그냥 뜨는 게 아니고,
저녁 달도 그냥 뜨는 게 아님을... 
소소한 모든 일에도 거대한 인과관계가 있으며, 
우연은 결코 존재하지 않음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은 없다.
내 과거의 몰지각이 내 현재를 낳았듯이
내 현재의 게으름은 내 미래를 잉태할거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부지불식간에
세치 혀와 손가락으로 얼마나 많은 업을 짓고 사는가?... 

시간의 무서움과 인연법과 인과관계를
이제서야 알 듯하다. 

지혜가 쌓이는 만큼 후회도 쌓이는 것이 인생이지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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