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사랑한다고 어서 말을 해!...

라즈니쉬 2014. 4. 21. 00:18

 

 

1.

선장, 선사, 해경, 정부, 관료, 구조팀...

 

어느 쪽 하나 흔쾌히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

항구에서 밤낮으로 바다만 바라보는 유족들.

속수무책으로 TV만 바라보며 가슴아픈 국민들. 

'인명 구조대'는 '시신 인양대'로 바뀐 지 엿새째.  

 

나는 이 불순한 정권에 비록 신뢰가 없는 사람이지만,

정부와 여타 관계인들을 마냥 질타하고 싶지 않는 이유는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을거라고 믿고 싶으며

방향성잃은 분노는 이 사회에 자칫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누가 이번 사고의 유형을 '숙성형 사고'라고 그러더라.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부정적인 면들이

하나, 둘 겹치고 쌓여서 오랜 시간을 지속해 오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어느 한 순간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며,

우리 사회는 이런 사고가 향후에도 발생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에 공감한다. 

 

사고란 것은 알고보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계속 잉태되어 오다가

결정적 부하가 걸리거나 임계점에 달하면 순간적으로 터지는 것.  

 

3.

이 사회의 중년세대인 우리도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행해져왔던 비정상적인 것들.

그동안 그 관행이 개인에게 가져다준 경제적 이익과 편리함에 

우린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채로 살고있는 건 아닌지...

 

우리중 누군가는 비정상적 관행으로 피해를 보았을 것이며

또 어떤 누군가는 그 수혜를 받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 때마다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기보다는

자신의 미약함과 용기없음을 순리대로 사는 거라고 변명하고 자위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그러나 우리 개개인, 나 한사람이 바뀌지 않으면서

다음 사고의 대상은 우리 또는 우리 자식들만큼은 아니길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4.

범국가적 사고를 지켜보며 문득 생각키는 건

 

주변 사람과 가족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자.

말하고 표현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얼핏 생각하지만

그건 알고보면 가장 어리석은 생각의 오류중 하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인 부모님에게조차

살아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온전히 못하고

이별하기도 하는 게 우리 자식이란 존재다.  

 

이번 '세월호' 사고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렇게 큰 배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수평으로 서서히 침몰하지도 않고,

뒤집혀 가라앉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들 모두는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고 딸일 것이며

또 누군가에겐 부모이고 배우자일 것이다.

그들이 죽어가는 걸 며칠동안 아무런 손도 못쓰고

단지 바라만봐야 한다는 게 대한민국 사회의 비극이 아닐까?.   

 

인명은 재천이고 죽음은 항상 우리 삶 곁에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사랑하고,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오늘의 작은 기쁨까지

보류하고 저당잡히며 살지는 말자.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이 세상을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저 세상을 위해 살아라>...

 

 

* 단원고 학생들에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전하며

  사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 Ave Maria - Inessa Gal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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