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고장 작성법

 

 

검사의 불기소에 대한 ‘항고장’ 작성법

- 형사사건 전문 법무사, 필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

 

김재현 / 법무사(서울중앙)

 

고소‧고발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불기소(각하 포함) 처분하면, 검찰청법에 따라 상급기관인 고등검찰청에 항고하여 다시 수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고, 고등검찰청 검사가 항고를 기각하면, 대검찰청에 재항고하여 고등검찰청의 결정을 시정하여 주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항고나 재항고를 하는 경우, 항고장을 어떻게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작성자마다 다른 항소장을 작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소장과 검사의 불기소에 대한 항고장 내지 재항고장 작성을 전문으로 했던 필자의 작성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좀 더 나은 항고장 작성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인지사건과 항고

 

폭력사건이나 교통사고에서는 전화로 피해신고를 하여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수사가 개시되는데, 이러한 사건은 별도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하지 않은 한 인지사건이 되어, 신고자 내지 피해자에게 항고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지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하면 항고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 유일한 불복방법이다.

 

항고장 작성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

 

① 항고장은 항고청 검사가 수사기록을 전혀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항고장을 읽는다고 생각하면서 작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항고장 맨 머리에는 고소 사실의 요지 등 사건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기재되어야 한다.

 

②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논하려면, 박대통령의 재임기간 중의 역사를 자세하게 알아야 하듯, 개인이 피해 입은 사건이 어떤 범죄에 해당되는가를 알려면, 자세한 전후 사정과 피해 입은 경위를 알아야 하고, 그래야만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어떤 이유로 불복할 것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변호사나 법무사가 고소장 작성을 기피하고 있음이 현실이어서, 피해 입은 자세한 경위가 기재된 고소장을 보기 어렵고, 그래서 수사관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를 하여, 피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하면, 범죄혐의를 인정시키는 수사를 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그 결과 혐의 없음 결정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렇게 고소장이 부실하게 작성되어 ‘혐의 없음’ 결정된 사건인 경우에는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박할 수 없게 되므로 먼저 새로이 고소장을 쓴다는 생각으로, 항고장 맨 앞에 피해 입은 자세한 경위와 어떤 이유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기술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③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되는 모든 문서가 논리적으로 기술되어야 하는데, 항고장은 검사의 결정을 논박하는 것이므로, 판례를 인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욱 더 논리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아무런 설명 없이, 검사가 피의자의 거짓변소를 잘못 인정하였다는 등의 고소‧고발인의 일방적 주장을 나열하거나, 편파적인 수사를 하였다는 것을 장황하게 기술하면 안 되고, 논리적인 항고장을 쓸 수 없으면 항고장 작성을 포기함이 옳은 태도다.

 

항고장 작성 순서

 

항고장을 작성하는 경우, 그 순서는 다음 표와 같다.

 

① 고소장과 불기소장을 정독하여 사안을 파악한다.

⇩

② 불기소장에 기재된 내용 즉, 피의자나 참고인이 사실은 무엇인데 어떻게 거짓말 을 하였는가를 항고 의뢰인에게 물어 파악한다.

⇩

③ 피의자나 참고인이 제출한 소명자료에 대한 진위 여부를 항고 의뢰인에게 물어 파악한다.

⇩

④ 검사의 불기소 이유를 요약정리하면서 이를 반박할 방도가 무엇인가를 연구한다.

⇩

⑤ 항고장 초안을 작성하고, 의뢰인에게 검토시킨 후 완성한다.

<참고> 항고기간 만료가 임박한 경우에는, 항고이유서는 추후 작성 제출하겠다는 것을 기재한 항고장만을 우선 제출하고, 항고이유서를 따로 작성 후일 제출할 수 있다.

판단유탈에 관하여

 

‘판단유탈(判斷遺脫)’이란 어떤 범죄 행위에 대하여 고소한다는 의사를 고소장에 명백하게 밝혔음에도, 그 고소 사실을 범죄 사실에 기재하지 않으면서 불기소장에 그에 대한 판단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항고장을 작성하는 경우, 판단유탈이 종종 있다. 판단유탈이 있으면 반드시 재기 수사를 명해야 하므로, 매우 좋은 항고 이유가 되니, 고소장과 불기소장 내용을 비교해야 한다.

 

필자의 구체적인 작성 방식

 

항고장 마다 특성이 있으므로, 모두 같은 요령으로 작성될 수는 없으나,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필자의 작성 방식을 알면 도움이 될 것이다.

 

① 맨 먼저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항고청 검사가 알 수 있도록 피의사실의 요지나 피해 입은 경위 등을 기재한다.

 

② 다음은 검사의 불기소이유를 요약 정리하는데, 이것이 항고장 작성에서는 가장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것임에도, 항고장 작성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 모두는 이 부분을 빠뜨린다.

 

③ 위 ②번과 같이 정리된 불기소 이유 하나씩마다 차례로 논박하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기재하는데, 결론은 중대한 수사미진이다, 편파수사를 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다, 법리를 오해하였다, 채증법칙을 위반하였다, 사안을 통찰하지 못했다, 판단을 유탈했다 등이 된다.

 

④ 다음은 재기 수사의 필요성에 대하여 기술하는데, 라 항에 그 이유가 이미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므로, 라 항을 종합 요약 정리하는 내용을 기재한다고 볼 수 있다.

 

⑤ 다음은 맺는말을 마지막으로 적는데, 이 사건은 조금만 더 수사를 한다면 충분히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거나, 피의자가 사실상 자백을 하여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청 검사가 이를 간과하였다는 등 범죄혐의를 인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기재하면서, ‘그러므로 재기수사가 절실히 요청되므로 재기수사를 명하여 주시기 바라와 항고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적어 마무리한다.

 

재항고장

 

틀림없이 재기수사명령이 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항고기각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 필자는 항고인에게 법률전문가들마다 견해 차이가 있으므로, 똑같은 이유를 들어 재항고하기를 권하였고, 필자의 예상대로 재항고청에서 항고를 받아들여 재기수사명령을 한 사례가 많았다. 논리성을 갖춘 항고장이나 재항고장은 결코 무시당하지 않으니, 소신을 가지고 항고기각 되더라도 재항고할 필요가 있다. 재항고가 기각되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