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말할 것 있다하셨는데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6월 1일) 아내가.
'제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았더니 신지도 못하고 가십니까'라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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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포털에서 보았던 뉴스기사인데, 오늘 또 포털대문의 인기카페 글로 떴네.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이 편지를 쓰는 당시 여인의 심정을 생각해 보며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사랑은!... 이처럼 아프다.
아픈 줄 알면서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건, 사랑없는 세상은 결국 허무하기 때문이며,
사랑의 형태중에서도 남녀간의 사랑만큼 인간들에게 행복함을 느끼게 해 주는 그 무엇이 없어서일거다.
우주의 차원에서는 한낮 미물에 불과한 인간이란 종(種)이,
같은 종끼리의 부대낌속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생기고,
마음이 통하여, 서로 좋아하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
우주상에 이보다 바람직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랑없이 살아가는 일!... 그게 지옥이다.
돈없이 살아가는 일!... 그건 지옥은 아니다.
돈없이 살아도 자신의 옆에 따뜻한 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지옥이 아니다.
돈없이 사랑을 할 수 있냐고?...
비록 현실세태는 그렇다 하지만,
돈이 개입되는 사랑이나 돈에 좌지우지되는 사랑이라면,
그건 엄밀하게 볼 때 사랑이 아닐거다.
일시적으로 경제적 부에 홀리는 것이거나 조건을 전제로 한 감정의 맞교환일 뿐!...
경제적 부가 있는 상대방이 아주 완전하게 망하고 나서도,
자신이 사랑했던 초심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점검해보면 될 듯!...
창밖엔 약한 눈발이 내리는데...
오늘같은 날씨면 난 가끔 이런 돈안되는 생각을 잠시 하곤 한다.
<조영남 - 사랑없인 못살아요>
* 김한길과 조영남이 한 때 어려울 때,
(김한길은 막 미국에서 건너오고, 조영남은 이혼했을 즈음인 듯...)
둘이서 방구석에 뒹굴거리다가 김한길이 만든 가사인데,
조영남이 그냥 지가 만든 것로 쓱싹했단 후일담.
이 곡이 히트친 후, 김한길이 저작권료 달랄까봐 조영남이 가슴졸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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