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라즈니쉬 2012. 1. 31. 17:35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나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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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노희경)

 

 


'자존심'에 대하여.

 

1.
난 평소에 내가 '사랑 지상주의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닌 것 같다.
사람이 그립고... 사랑이 그리워... 막연히 그렇게 생각해 왔을 뿐.

지금 생각키에도 사랑이란 감정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에너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위의 드라마작가 '노희경'의 시를 읽으며 잠시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난 '사랑 지상주의자'를 가장한 '허무주의자'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달리고 집착할 것 하나 발견하지 못한 세상에서,

그나마 '사랑'이란 단어 하나라도 울궈먹으며 삶의 강을 건너고 싶어서.

 
2.

우리 젊은 날, 이성과 사귀며 흔히 겪어보았듯이...

 

사랑을 하려면 신뢰감이 형성되기 전의 일정 기간(?)동안은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연애기간중 쌍방이나 일방이 강한 자존심을 내민다면 그 연애는 지속되기 힘들다.


의식적으로 자존심을 버릴 수도 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존심이 버려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눈에 콩깍지가 씌워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당신을 사랑하므로, 당신앞에서 내 알량한 자존심따윈 버린다'...라고 하는,

그런 자각마저도 불가능한 상태.

상대앞에 서기만 하면 '자존심'이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나 자신이 눈녹듯 사라지고 상대만 존재하는 상태.

 

3.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자존심따윈 개나 줘버릴 수 있는 연애'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인가?...
곁에서 보기엔 더할 수 없이 '선남선녀'같지만,

정작 별 사사로운 자존심때문에 헤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정말, 사랑앞에선 자존심이 필요없는 것인가?...

사전적 의미의 '자존심''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

그런데...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상대가 좋아하긴 할 것인가?...

 

가. '유치한 자존심' - 모성애나 부성애를 가진 사람에겐  '속으론 좀 우습지만, 귀엽다'...라고 느껴질 수도 있음.
나. '이기적인 자존심' - 피곤하지만 상대방의 성장배경과 이유를 알아가다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것만도 아님. 
다. '사전적 의미의 자존심' -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신을 진심으로 존귀하게 여기는 보편타당한 의식.

 

4.
긁적거려 가다보니 이쯤에서 생각되는 것.
(긁적거린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가는 과정이니까.)

'사회생활에서 자존심과 생명력은 반비례한다'...
(타인들 앞에서 자존심을 높이려면 자신의 생명력이 줄어들거나 약해짐)

'사랑에 자존심은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자존심을 세우려면 관계지속이 힘듬) 
등등의 말들이 있는데...


자존심에도 종류가 있으며,
'사전적 의미의 자존심'은 지극히 정상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사회생활에서건 연애에서건간에...
일상생활에서 '자존심'은 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는 거라고 결론.

왜냐?...
누구든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한다.
사회생활에서 내 자존심을 세우려면, 상대의 자존심(마음)엔 조금이라도 금이 가기 마련이므로.
자신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사람. 그런 사람을 그 누가 좋아하리.

 

5.

그러니, 세상을 잘 사는 방법은...
내 자존심에 상처가 좀 되더라도, 상대의 자존심을 우선 배려하고 지켜주는 것이다.

 

진정 강한 사람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떠벌리지 않아도 주변에서 다 알아주게 마련이고,
'자존심에 상처받는다'는 자체가, 자신의 마음의 폭이나 깊이가 좁고 얕아서 그런 것이니...

'자존심을 지키거나 버린다는 것'... 이게 좀 어려운 것 같지만,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를 함에 있어, <겸손>...

이 한 단어만 항상 잊지 않는다면 의외로 간단한 것일 수도...

 

자존심!...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자기발전의 자극제'로 활용될 수 있을 때만 유의미>...하다는 생각.


PS.
스스로 생각키에, '내겐 자존심이란 게 있기는 한걸까?'...하는 생각.

일정 정도 게으름의 반열에 들어섰거나... (자존심을 지키려는 열의나 성실함마저 없음)
일정 정도 세속적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달관했거나... (입에 밥만 들어오면 됨)

세상을 관조하듯 개폼잡고 있는 중이거나... ('폼생폼사'까지는 아니라도, 폼에는 사실 조금 신경을 씀)

항상 그래왔듯이...
한 자 긁그적거리다 보면, 여지없이 드러나는 내 대책없음에 경배!... T.T...

 

 

 

 

* Dance of the Clouds / Ori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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