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같은 재즈를 불러주세요
1
조금은 슬픈 듯한 눈짓으로
조금은 진지한 듯한 몸짓으로
조금은 애절한 듯한 목소리로
본능에서 나오는 거친 숨결을 잠재우는
애인같은 재즈를 불러주세요
내 사랑은 겨울처마끝 고드름
내 사랑은 꽃샘추위속 강가의 살얼음
봄볕 아래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신기루
그래요 당신이 말한 것이 모두 맞아요
그렇다고 내 감정을 섣불리 위로하려 하진 마세요
당신의 평화를 위해서 이런 거짓말쯤은 너무 쉬우니까
2
조금은 정감어린 말투로
조금씩 느껴지는 어리광을 다독이며
조금의 동정심과 피곤함은 꼭꼭 숨긴 채
내 머리카락을 긴 손톱으로 빗질해주는
누나같은 재즈를 불러주세요
내 안의 감정과 이성이 매일 부딪치다
감내못할 힘겨움에 당신을 놓아버리게 된다면
한 계절이 지날 때마다 내 안의 당신을 점검하면서
바래져가는 내 감정과 기억에 서글픔이 밀려온다면
사랑은 미혹이란 당신의 그 말에 제가 무릎꿇게 된다면
그런데 삶이란 건 본래 체험으로 배워가는 것이라면
3
모든 의미와 진심 또는 감정의 거품에 대해
섣부른 판단은 접어 지나가는 봄에 잠시 맡겨놓은 채
지금은 그냥 내곁에서
내 가슴을 말없이 어루만져주는
어머니같은 재즈를 불러주세요
내 가슴의 여진이 멈추고
밤의 시간도 울음을 멈춰서
여느 때처럼 밋밋한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당신 목덜미의 장미향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때까지
담담하게 또는 조금은 헛헛한 웃음으로
'Bonjour tristesse'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4
천형같은 삶에겐 화사할수록 서글픈 봄날
가난과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가 없어서
보도블럭위에서 문득 눈물이 번질때도 있겠지만
날려오는 슬픔의 꽃가루에 목이 메일 때도 있겠지만
주책스런 재채기 몇 번으로 털어내며 이 봄을 건너가야 해요
항상 꿈속에 당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오늘밤도 창문을 열어놓고 몸을 누입니다
내가 깨지않게 살며시 꿈의 창틀을 넘어와
당신은 봄같은 재즈를 불러주세요
내 귓전을 감싸고 도는 봄같은 재즈를
.
Goodnight Moon - Shivaree ('Kill Ddill 2'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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