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봄에게 미안해

라즈니쉬 2009. 3. 22. 05:26





                봄에게 미안해

음악이 좋아질 땐 누군가가 그리운거구
바다가 좋아질 땐 외로운 거구
하늘이 좋아질 땐 맘이 허전한거구
엄마가 좋아질 땐 힘들어서구
친구가 좋아질 땐 울고 싶은거구
시가 쓰고 싶을 땐 아이가 어른이 되고 싶은거구
아침이 좋아질 땐 가장 행복한거라고...

그래!... 맞는 말일지도 몰라
야행성인 나도 아침이 좋던 한 때가 있었어
안떠지는 눈을 비비며
잠에 젖은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던 내가 있었어
그녀와 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깨어나고 싶어서
내 오래된 생활습관마저 수정하던 그런 날이 있었어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공간의 그녀생각에 
미소지으며 아침을 일으켜 세우던 내가 있었어
아침이면 마냥 설레는 가슴으로 세수를 하던
내게도 그런 행복한 아침이 있었어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행복이란 결코 없지
오래 지속되는 행복을 우린 일상이라 부르며
착각하고 사는건지도 몰라

행복했던 만큼 정비례해서 어김없이 길목을 지키고 선 슬픔 
짧았던 겨울의 행복은 슬프고도 긴 봄으로 다가와 
내 앞에서 그림자를 끌며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어
봄의 강가에는 슬픔의 꽃가루가 날리고
봄볕이 따뜻할수록 우울함은 등에 매달리지만
그렇다고 냉정하게 뿌리치고 싶진 않아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우울함도 지칠테니까

감정을 뿌리칠 힘도 없고 감정에 매달릴 힘도 없는 난
그저 나만의 방식으로 봄의 강물을 건너고 있을 뿐
지금 나에겐 그외엔 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내 유치한 슬픔에 동참해주는 MP3가 있어서
그런대로 다행이라 생각할 뿐

내게 봄이란 계절은  
눈처럼 포근한 겨울의 집에서
대로변 교차로에 내쫓긴 듯한 막막함과 두통
내 봄의 아스팔트에 피어오르는 건
아지랑이가 아닌 검은 현기증
봄을 건너뛴 정신없는 여름이 미친 듯 달려왔으면 

해마다 이렇게 봄이 힘겹고도 벅찬 것이   
새삼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봄만 되면 내가 꾸는 꿈은
화살같은 시간이 봄을 매달고
눈 깜짝할 새 겨울의 과녘위에 꽂혀버렸으면 하는 생각
봄만 되면 난 겨울이 못견디게 그리워져

 



 * 이은주 - only When I Sleep (주홍글씨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