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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과 민심이 차이나는 이유

라즈니쉬 2005. 10. 12. 23:31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서 나타나는 현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참담하다. 또한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 국민 스포츠가 돼버렸다. 그러니 ‘민심은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을 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바로 탄핵 세력들이었다. 이들은 분명 여론 조사를 기반으로 탄핵을 주도했다. 그런데 이것으로 인해서 그들은 쪽박신세가 되었다. 그 전에 이회창도 여론 조사로는 질 수 없는 게임을 두 번이나 졌다. 정몽준도 여론을 근거로 자신이 이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들은 졌다.


이들은 미치고 싶을 것이다.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고, 국민들이 거짓말쟁이이거나 분명 무슨 공작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이가 바로 여론 조사로는 민주당 대권후보를 먹었던 이인제다.


그래서 이들에게 더욱 민심이란 것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오로지 정치 공학만이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것이 가장 확실한 것이고, 자신들의 패배의 원인은 과학적인 선거 분석 능력이 부족하여서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철저하게 정치 공학에 힘을 쏟고, 치밀한 여론 조사와 철저한 분석을 통한 정치 행위를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여론과 민심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때때로 여론과 민심은 같은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평상시에는 여론만 표면화 되고 민심은 드러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실 민심이라는 것은 민심의 주체인 대중 자신들조차도 잘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내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민심이란 자기도 모르는 자기 마음의 어떤 작용이란 말이다. 평상시에는 자기 마음을 잘 모르고 느끼는 대로 대답하고 있기 때문에 그 느낌이 표면화 되고 그것이 바로 여론이라면, 어떤 비상적인 상황에서 어떤 촉매를 만나게 되면 비로소 민심이 인식의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처럼 여론과 민심은 분명 다르게 작용하는데, 그 이유는 여론과 민심에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론은 주로 개개인의 욕심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여론은 개개인들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서 조석지변으로 변화하게 된다. 자신에게 유리할 것 같으면 딴나라당을 지지하다가 민노당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이 여론이다.


반면에 민심은 여론과 달리 양심의 작용이 크게 작용한다. 물론 민심에도 개개인의 욕심은 분명 큰 작용요소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가지고 있는 ‘선에 대한 추구’라는 보편적 성향이 개개인의 욕심을 상쇄시켜서 의외의 결과치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바로 민심인 것이다. 이런 민심의 양심적 요소 때문에 민심이 천심(天心)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민심이 천심이라고는 보지 않는지만...


그렇다면 누가 민심을 알 수 있는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민심은 여론 조사와 같은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 2차원적인 것이 절대로 아니다. 이것은 소위 보편자라고 일컬어지는 역사의 작용이기 때문에 초과학적인 현실 철학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자기 욕심에 매달려 있는 사람은 민심과 여론이 중첩되게 드러나기 전까지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심을 학문적인 철학 전공자들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욕심과 천심의 전선으로 이루어지는 역사를 인식하기에는 너무 논리적인 연장 선 속에서 천심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먼, 아주 먼 미래의 민심이 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그들은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민심을 읽어내지는 못한다.


결국 민심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욕심을 버린 정치인,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않은 철학자, 그리고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선의 승리를 믿고 살아가는 일반인들이다.


이렇게 볼 때, 가장 강력한 내공을 가진 이는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현실 정치 속에서 진검 승부를 치열하게 버려온 노무현 대통령이고, 그 뒤를 이해찬 총리 등 여러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고, 상당한 약진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유시민 의원이다. 유의원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지성인에서 이제 현실 속에 들어가서 진검승부를 치루면서 날마다 포스가 오르고 있다.


반면 딴나라당은 절대로 민심을 볼 수 없고, 민심을 조금 볼 수 있던 사람도 거기 들어가면 볼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민심을 믿지 않고 정치 공학을 통해서 여론을 분석하여서 이용하려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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