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후회

라즈니쉬 2014. 1. 29. 11:34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이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쿰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 주는 바람뿐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며드는 것 - 안도현  (0) 2014.08.24
우리가 눈발이라면  (0) 2012.12.05
수선화에게  (0) 2010.12.12
Cui Bono  (0) 2010.09.01
Im Nebel   (0) 2010.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