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연구소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요즘 만나는 많은 것들이 질문을 던졌다.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고 목적으로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인생이 질문하는 것을 응답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과정의 결과로 행복이 나타난다.
"어느 늦여름의 일요일 저녁, 나는 식기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내다가 익숙하면서도 놀라운 감정에 돌연 휩싸였다. 강한 향수병이 불쑥 밀려들었다.
향수병이라, 아니 지금 왜 이런 감정이 들지? 내가 갑자기 느겼던 갈망이 무엇이었을까? 잠시 후에야 나는 먼 훗날 바로 이 순간의 삶을 그리워하며 느낄 향수에 미리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바로 <집에서도 행복할 것>의 저자 그레첸 루빈이 '행복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순간이었다. 실제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의 순간에 문득 서글퍼질 때가 있다.
그녀는 그런 감정을 먼 훗날 느낄 그 순간에 대한 향수라고 표현했다. 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렀던 여행지에 대한 향수에 시달리는 것 보면, 향수란 단순히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닌 그 대상이 굉장히 넓고 광범위한 감정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하는 건 장소나 대상이 아닌 지나간 그 자체의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12월이 되면 향수병에 시달린다. 2014년에는 2013년을 그리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참 좋았지.' 라며 과거를 떠올린다. 혹은 막연한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지금을 희생하기도 한다. 물론 미래의 목적 의식은 삶의 의미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현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지금' 행복하지 않은 걸까.
<해피어, 하버드대 행복학강의>의 저자 칼 벤 샤하르는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만약 아니라고 답할 경우 불행하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이분법에 일침을 가한다.
상황과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는 사람들의 성향을 이익과 손실, 현재와 미래의 측면에서 '성취주의자' '쾌락주의자' '허무주의자' 그리고 '행복주의자'로 분류한다.
쾌락주의자는 즐거움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는데, 현재 이익에만 초점을 맞춰 내일이 없다. 한편 성취주의자는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게 없다는 주의로 내일의 이익을 위해 오늘의 이익을 포기한다.
허무주의자는 오늘도, 내일도 즐거움과 의미를 상실한 삶을 살아 간다. 모두 우리의 모습들이다. 행복주의자만이 오늘과 내일, 모두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은 무엇이 이루어진 순간이 아니라 그런 순간과 순간이 이어진 일련의 과정이다. 그는 행복에 대한 질문의 방점은 '어떻게'에 찍혀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작은 집에서 산다는 것>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본인인 크리스토퍼는 트레일러 위에 3평짜리 집을 짓기 시작한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큰 집을 사고 그 대출금을 갚기 위해 새벽에 나가 밤 늦게 퇴근을 한다. "단순히 큰 집에 살기 위해서 우리는 인생을 얼마나 할애해야 하는 걸까"로 시작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까지 소유뿐만 아니라 삶과 행복에 대해 광범위한 질문을 던진다.
집을 만들면서 하루 걸릴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은 나흘이 걸리고, 결국 눈이 오는 겨울에는 톱에 녹이 슬도록 방치해두어야 했다. 결국 꼬박 1년이 걸렸다.
또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자전거를 팔아야 했으며, 총 2만6천 달러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전기가 처음 통하고, 나무 궤짝 같던 게 집 모양을 갖추는 감격을 맛보았다.
어떤 집을 완성했든 그 과정이 행복해 보였고 조금씩 행복에 대한 해답도 보였다. 어떤 정의되지 않은 행복한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행복한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과거를 축적한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한 지점을 향해 치닫는 게 아니라 지금 그 순간순간 그 자체를 인생으로 즐기는 것.
물론 현재가 다 행복하고 쉬울 리는 없다. 고난에도 의미가 있기를, 가능하다면 즐거운 고난이 되기를 바랄 뿐.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한다.
보통 과거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나간 날을 떠올리며 아쉬워할 것 없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오늘이 바로 '남은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이니까. 좀 더 행복한 2014년을 위한 글을 쓰고자 했지만, 결론은 2013년 12월 오늘이 당신의 '화양연화'라는 것.
기획_김수정
슈어 2013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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