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

라즈니쉬 2012. 8. 19. 04:39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손으로 쓴 아름다운 문자’를 말한다.

즉 의미전달의 수단인 문자의 본뜻에 글자 자체의 순수한 조형미를 더한 것이 바로 캘리그라피라는 것이다.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효과, 여백의 균형미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서체예술은

통상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를 지칭한다. 점과 선이 모여 하나의 획이 되고

그 획이 운율과 규칙의 조화를 이룬 서체. 그 독특한 세계로 들어가 본다.

이상현 calligraphy & design 心畵 아트디렉터 / 진행 서정임 기자

자료제공 술통 강병인 02-325-5567, 디자인심화 02-3141-8894, 필묵 02-3142-3733, 캘리디자인 02-833-6483,

국당 조성주 02-732-2525, 쌈지스페이스 02-3142-1695, LG전자a



한글에 내재된 기호학적 의미를 찾다

표현과 우연성이 중시되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원래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출발했다.

이후 전문적인 핸드레터링 기술을 뜻하게 된 의 ‘Calli’는 미(美)를 나타낸다. 여기에 화풍, 서풍, 서법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 ‘Graphy’가 더해지면서 하나의 독창적인 예술장르로서 굳어지게 되었다.

사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건네는 명함 한 장, 책표지, 대형 건물 외벽에

설치된 홍보물, 버스나 택시에 부착된 광고, 영화포스터, 앨범 재킷 등 다양한 부분에서 아름다운 서체의 향연이 펼쳐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린 흔히 서예를 연상하곤 한다.

물론 완전히 틀린 해석은 아니지만 작금의 의미는 진부하게만 여겨져 왔던 그것에 멈춰있지 않다.

서예가 디자인에 접목되면서 훨씬 더 세련되어지고 고급스러워졌고 그 속에 담겨진 생명력과 원동력으로 인해

조형예술의 하나로서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 이제 캘리그라피는 ‘아름다운 서체’를 넘어 아름답게 쓰이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음이다. 그렇다면 모필(毛筆) 또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손으로 쓰는 글씨, 즉 문자를 조형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에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함께 담아 낼 수는 없을까? 이는 서체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자문이자 존재의 근원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리듬을 타고 흐르는 서체의 향연

어려서부터 붓을 잡았던 나는 서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글씨를 잘 쓰려 하기 보다는 서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신 은사님(攸川 李東益 先生)께 사사를 받았고 국내 최초로 생긴 원광대학 서예과의 진학,

이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서 서예학을 전공했던 과정들은 나에게 우리 문화의 소중함과 모필 문화의 우수성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다른 문자와는 달리 자음과 모음이 함께 조합돼 하나의 글자를 이루고 있다.

천지인 삼재(三才, · ㅡ l)와 모음(ㄱ ㄴ ㅁ ㅅ ㅇ) 다섯자를 이용해 24개의 자모를 만들어내는

한글은 600여 년 전에 이미 디지털화를 구현해냈고, 단순해 보이는 기호 속에 음양오행의 철학까지 담겨져 있다.

이러한 한글의 생김은 구성 자체가 과학적이며, 조형적이다. 그 조형에서 보이는 디자인 요소는 매우 우수하다.

이렇게 우수한 한글을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있어 ‘모필’이라는 도구는 글을 쓸 때 다루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누르면 획의 굵기가 굵어지고, 들면 얇아지고, 획을 빨리 그으면 거친 질감으로 속도감이 생기고,

천천히 그으면 먹물이 많아 촉촉하고 포근해 진다. 이러한 변화들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무심코 잘 쓰려 했던 서예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변화들은 글꼴에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한글에서 나타나는 받침은 많은 조형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받침이 있는 글자는 그 받침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문장에 리듬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손 글씨에서 보이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매력에 한 가지가 더 있다. 필기의 도구를 펜이 아닌 모필,

즉 붓을 이용한다면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강약을 통한 감성의 표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 전통서예의 우수한 특징이 아닌가 싶다.



타이틀 로고에 숨겨진 감성 메시지

한국의 캘리그라피 시장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9년 말에 “붓 한 자루로 대한민국의 문화를 바꾸겠다.”며

디자인 시장에 감히 뛰어 들었던 8년 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점점 서구화 되어가는 우리의 문화와 정서.

지킬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우리의 생활에 묵향(墨香)이 조금씩 베어 들어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우리 문화를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생활 속 디자인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속에 묵향을 접목시키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디자인 시장은

그다지 쉽지만은 않았다. 단지 대필소에서의 붓글씨로만 알려졌을 뿐 디자이너들이 캘리그라피라는

용어조차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캘리그라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수 년 동안

디자인시장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힘들었던 많은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발이 아파 양복에 운동화를 신고, 잡상인 취급을 받으며 문전박대를 당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한국적디자인의 자존심을 지키는 여러 디자이너들을 만나게 되었고 격려를 받았다.

이후 초창기 시작했던 캘리그라퍼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작업을 하는 여러 작가들을 만나게 되어 뜻을 나누고

한국 캘리그라피의 발전에 대해 함께 고생하고 노력해온 결과들이 지금의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여러 장르에서 캘리그라피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강병인, 김성태, 김종건, 박병철, 이규복, 조성주씨 등은 영화, 음반,

책, TV타이틀, C·I(Corporate Identity), B·I(brand Identity), 광고, 패키지, 캘린더, 의상 등의 디자인 장르를 통해 대중들과

호흡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작가들이다.

캘리그라피가 접목되어 온 여러 분야들 중에 영화 타이틀로고의 제작과정을 예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이천년도 초반에 한국영화 시장에선 ‘이름 모를 서체가 충무로를 떠돈다.’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컴퓨터 활자체에서 손으로 쓰인 타이틀로고가 선보여 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감성적 로고라는 표현으로 영화의

이미지를 로고타이틀에서 대변해 줄 수 있는 그 영화만의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후 많은 한국영화에서

로고타이틀이 캘리그라피로 제작된 사례들이 늘고 있으며, 감성적 로고를 표현하기 위해 캘리그라퍼들은 많은

고민과 심혈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영화「타짜」의 로고를 제작할 당시 허영만(만화가) 씨를 통해 알려져 있던

만화였기에 시나리오의 내용보다는 타짜의 마음과 생각을 먼저 이해하고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도박을 하는 곳을 찾아가진 못했지만 직원들과 함께 화투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했다. 타짜의 마음을 다는 알 수는

없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서야 나에게 들어온 한 번의 패. 이것이야 말로 화투판을 역전시킬 수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패를 바닥에 던지듯 붓을 던져 거칠고 자신감 있게 표현했던 작품이다.

그러나 음반시장은 조금 다르다. 체험을 통한 작업보다는 가수들의 새 음반이 나올 적에 미리 데모 테입을 통해

노래를 듣는다. 몇 번이고 반복해 들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캐릭터와 새 음반에서 선보이는 타이틀곡의

성향을 분석하고 소비자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도록 고려해서 제작한다.



이처럼 디자인의 다양한 장르에서 선보이고 있는 캘리그라피는 단지 글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글씨 속에

마케팅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캘리그라피를 통해 대중들의 생활에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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