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Scene: 장면)구분
(*표준말은 ‘신’인데 오독의 우려가 있어 이하 ‘씬’으로 표기합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씬(scene)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시나리오는 소설과 달리 장면을 구분해 써 나갑니다.
시나리오란 어차피 영화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입니다.
일차적으로 스크린 상에 구현되어야 할 그림입니다.
따라서 장면의 구분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써 보면 도대체 어디서 장면을 잘라주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씬 구분을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원칙 1. 씬(scene)은 우선 장소와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거실-밤
현관 바깥-낮
해변-새벽
이런 식으로 장소와 시간이 표시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일수록 좋지만 필요 이상으로 세분할 이유는 없겠죠.
스크린상에 구분되어질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표시해 줍니다.
아파트인지 단독주택인지, 건물의 안인지 바깥인지, 고속도로인지 국도인지 등등
시나리오를 읽는 사람이 장소를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써 줍니다.
시간도 마찬가지로 밤인지 낮인지 동틀 무렵인지 해질 무렵인지 구분해 줍니다.
보통 시간을 적지 않을 땐 평범한 날씨의 대낮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외 꼭 필요한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시간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표시해 주어야 합니다.
원칙 2. 씬은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면 달라진다.
카메라 한 대만 가지고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십시오. 카메라 위치를 잡고 조명을 설치하고 음향 녹음 시설까지 설치하고 나면 촬영에 들어가겠지요. 한 번 고정한 카메라를 옮겨 다시 찍으려면 모든 스텝이 움직여야 합니다. 이렇게 한 장소에서 카메라 이동 없이 찍을 수 있는 장면들이 한 씬이 됩니다. 카메라 다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전후좌우상하로 움직이는 건 상관없습니다.
카메라를 고정하지 않고 들고 찍을 수 있지 않냐고요? 물론 그럴 수 있죠. 액션 장면을 찍을 땐 장면이 끊어지지 않고 장소를 바꿔가며 죽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일단 고정한 상태에서 찍는다고 상상하고 구분해 주라는 뜻입니다. 초창기 영화처럼 대형 카메라로 찍는다고 생각하십시오. 실제론 카메라를 들고 주인공을 따라 가더라도 안에서 밖으로 나온다든지, 모퉁이를 돈다든지 할 때 장소가 바뀌면 씬을 구분해 적어줍니다. 지문에 앞씬에서 이어지는 장면이라고 표시해주면 됩니다.
위 두 가지가 씬을 구분하는 기준입니다. 이 원칙만 잘 알고 있으면 크게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위 원칙을 어떻게 실재상황에 적용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넓은 장소에서의 구분
운동장이나 해변이나 공원 등 매우 넓은 장소는 그냥 떨렁 “운동장”, “해변”, “공원”이라고 적기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뭐 특정한 배경이 필요 없다면 그냥 그렇게 적어도 무방한데 같은 장소가 시나리오 상에 여러 번 등장하고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쓰인다면 구분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럴 땐 작가가 임의로 장소를 분할해 표시해주면 됩니다. 가령 “운동장 구석 미끄럼틀 앞”, “해변 끝 바위” 식으로 같은 운동장이나 해변이라도 장소가 다르다는 걸 알려주면 됩니다. 특별한 표시 없이 방향만 달라진다면 “공원 동남쪽”, “운동장 1/4분면” 식으로 정해주면 됩니다. 어쨌든 원칙은 카메라의 이동이 있으면 씬이 달라지고 시나리오를 읽는 사람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됩니다.
* 좁은 장소에서의 구분
버스 안이나 작은 보트 안 같은 좁은 장소에서 오랜 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 씬 구분이 애매하지요.
히치콕 감독의 <구명선 Lifeboat,1944>은 세계2차 대전 중 배가 침몰하면서 구명보트에 타게 된 사람들의 갈등을 다룬 영화로
시종일관 작은 구명보트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공간적으로 같은 장소라고 할 수 있어서 씬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때도 원칙2를 적용해 작가가 임의로 구분해주면 됩니다.
가령 “보트 선수쪽”이나 “보트 중간 오른쪽”, “보트 후미” 등으로 구분해 주면 됩니다.
버스 안도 마찬가지입니다. 버스 뒤쪽 앞쪽 가운데 통로 등등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구분해 적어주면 됩니다.
* 전경(全景)
아주 멀리서 보는 전경의 경우는 “전경”이라고 표시해 줍니다.
“건물 전경”, “해변 전경”, “도봉산 전경” 식으로 멀리서 보는 전경이라고 표시해주면 됩니다.
* 이동 장면
앞서 얘기했지만 카메라가 움직임을 따라가며 이동 중이라면 씬을 구분하기 애매하겠죠.
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려가는 장면이면 “도로-밤”이라고 적고 지문에 자동차가 달려가는 장면을 묘사해주면 그만입니다.
이 때 자동차 안에서 바깥을 보고 있다면 당연히 카메라 위치가 바뀌었으니 씬을 구분해 줍니다.
“달리는 자동차 안-밤”이 되겠지요.
더 세부적으로 씬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정도 원칙만 알고 쓰면 무리가 없으리라 봅니다.
초보자의 시나리오는 대개 이 씬 구분을 할 줄 몰라 휴지통으로 직행합니다
씬 구분이 안 돼 있으면 읽는 사람이 짜증나겠죠.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이라도 그냥 던져버립니다.
씬 구분만 잘 해줘도 일단 시나리오다운 모양이 됩니다.
씬 구분은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지만 중요한 부분이니 반드시 익숙해지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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