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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스티커 <펌 글>

라즈니쉬 2014. 9. 25. 10:20

 

 

 

이명수님의 사진.
이명수님의 사진.

 

 

자동차 뒷편이라 노란리본 스티커를 부착했다는 사실을 깜빡 할 때도 있지만

세월호에 관한 내용이고 워낙 눈에 잘 띄는 색과 문구라서 운전할 때 늘 조심한다.

차선을 바꿀 때도 그렇고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킬 때도 그렇고 심지어 과속조차도 조심스럽다.

'노란 스티커 붙이고 저게 무슨 짓이야?' 그렇게 세월호에 연대하는 이들이 싸잡아 욕 먹을까봐서다.

노란리본이나 팔찌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그런 시선을 의식한다는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곧잘 접한다.

등뼈를 곧추 세우게 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지만 가끔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문제에서도 '착한사람 나쁜 놈 프레임'이 작용하는 듯 해서다.

 

늘 착하다가 한번 실수하면 사람이 어쩜 저럴 수 있느냐며 입에 침 튀기며 손가락질 하지만,

초지일관 나쁜 놈이다가 어쩌다 정상적인 일 하면 저 사람 다시 봤다며 칭찬이 늘어진다.

병든 부모 모시고 사는 막내 아들내외보다 가끔 들러서 용돈 몇 푼으로 생색내는 도회지 장남네가

진정한 효자인 것처럼 떠벌리고 다니는 것을 볼 때처럼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함께 밥 굶고, 뙤약볕에서 피켓 들고, 목이 쉬어라 설명하며 서명 받고,

자기 돈 들여서 잊지 않겠다는 현수막 걸고, 한뎃 잠 자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는 이들이

세월호 문제에 팔짱끼고 있거나 돌팔매질하는 인간들에게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세월호 문제에 연대한다고 모든 문제에서 도덕군자일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별개의 문제다.

나쁘거나 공감능력이 없는 인간들은 개 망나니 짓을 해도 관행이라 우기면 그만이고

남의 슬픔이나 고통을 내 일처럼 아파하는 이들은 갈지자걸음만으로도 음주운전과 동일한 죄라고 매도되면 공평하지 않다.

정의는 착한사람 나쁜놈 프레임을 깨부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노란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한 초보 새색시처럼 운전할 생각이긴 하다.

 

<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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