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무살이 된다면
이 정 화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겠어
분수가 있는 광장에서 부끄럼 없는 첫 키스를 하겠어
지붕 없는 빨간 자동차를 타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질주 하겠어
불량한 처녀가 되겠어
불량한 총각이라도 좋아
어디든 막힘없이 떠돌다
붉은색 루즈가 번진 입술을 반쯤 벌리고
꾸벅꾸벅 졸기도 할 거야
그곳이 언제 어느 곳이라도 좋아
지금 앉아있는 그 자리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잠자리가 될 테니까
풀썩거리는 짧은 치마로 어디든 가겠어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후회없는 사랑도 할거야
이리오렴 아가야!
청춘은 여름 한낮 쏟아지는 장대비라서
벼락같이 흘러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거란다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사랑하렴
너희를 바라보는 세상의 엄정한 눈길은
엄마의 치마폭에 감춰둔 사랑을 몰래 훔치고 싶어하는
늙은 개같은 연민이란다
다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하여,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져
훗날 아프지 않고도 만날 수 있게
스무 살 그때 그렇게 살겠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Im Nebel (0) | 2010.08.19 |
---|---|
허허 (0) | 2010.07.29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0) | 2010.07.06 |
살다가 보면 (0) | 2010.02.15 |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 - 이외수 (0) | 2010.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