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네 눈동자에 눈물이
안 도 현
가령, 내가 네 손을 처음으로 덥석 잡는다면
너는 손을 빼다가는 아무 일도 아닌 듯
결국은 나에게 안겨올까 아니면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다시는 만나지 않겠노라며
얼음장같이 돌아설까 사라지고 말까, 개같은 놈이라며
그러나 차라리 욕을 얻어먹을 때 먹더라도
나는 용기를 내어
네 손목을 잡아 이끌고 골목을 찾아든다면
내 마음보다 어두운 여인숙이 거기 웅크리고 있다면
귀 떨어져나간 누런 숙박계에다
엉터리 주민등록번호를 빨리빨리 쓰고
금방 새로 지어낸 내 이름도 하나 쓰고
모나미 볼펜을 던지듯 내려놓고
네 외투를 벗기게 된다면 그리고
네 치마를 벗기게 된다면 그리고
이 세상의 더럽게 순결한 담요 위에
마지막으로 너의 팬티 한장만 남겨둔다면
너의 마음은 벗기지 못하고 그때
너의 몸이 작은 짐승같이 바들바들 떨게 된다면
그 떨림 끝에
가령, 네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게 된다면
마침내 그 눈물의 홍수에 내가 갇히고 그리하여
네가 흘린 그 눈물에 너도 갇히게 된다면
나는 사람도 아니야, 사람도 아니야
내가 나를 때리며 소리 없이 울까 아니면
너에게 쓴 모든 편지를 이제 불살라버리겠노라고
성냥이나 뒤적뒤적 찾는 척할까
< Gloomy Sunday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VE - 윤현석 (0) | 2009.03.21 |
---|---|
신이 버린 사랑 ('그래도 좋아' OST) - 태사비애 (0) | 2009.03.21 |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 10선 (0) | 2007.04.02 |
Unbreak my heart (0) | 2006.05.29 |
드라마 "봄날" 가사 (0) | 2006.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