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글루미 선데이

라즈니쉬 2007. 9. 15. 23:04




가령 네 눈동자에 눈물이
                                                                              안 도 현


가령, 내가 네 손을 처음으로 덥석 잡는다면

너는 손을 빼다가는 아무 일도 아닌 듯

결국은 나에게 안겨올까 아니면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며 다시는 만나지 않겠노라며

얼음장같이 돌아설까 사라지고 말까, 개같은 놈이라며

그러나 차라리 욕을 얻어먹을 때 먹더라도

나는 용기를 내어


네 손목을 잡아 이끌고 골목을 찾아든다면

내 마음보다 어두운 여인숙이 거기 웅크리고 있다면

귀 떨어져나간 누런 숙박계에다

엉터리 주민등록번호를 빨리빨리 쓰고

금방 새로 지어낸 내 이름도 하나 쓰고

모나미 볼펜을 던지듯 내려놓고


네 외투를 벗기게 된다면 그리고

네 치마를 벗기게 된다면 그리고

이 세상의 더럽게 순결한 담요 위에

마지막으로 너의 팬티 한장만 남겨둔다면

너의 마음은 벗기지 못하고 그때

너의 몸이 작은 짐승같이 바들바들 떨게 된다면

그 떨림 끝에


가령, 네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게 된다면

마침내 그 눈물의 홍수에 내가 갇히고 그리하여

네가 흘린 그 눈물에 너도 갇히게 된다면

나는 사람도 아니야, 사람도 아니야

내가 나를 때리며 소리 없이 울까 아니면

너에게 쓴 모든 편지를 이제 불살라버리겠노라고

성냥이나 뒤적뒤적 찾는 척할까









< Gloomy Sunday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VE - 윤현석  (0) 2009.03.21
신이 버린 사랑 ('그래도 좋아' OST) - 태사비애  (0) 2009.03.21
마음이 편안해지는 음악 10선  (0) 2007.04.02
Unbreak my heart  (0) 2006.05.29
드라마 "봄날" 가사  (0) 200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