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풍경

사랑이 두려우면!

라즈니쉬 2014. 11. 19. 22:41

 

<사랑이 두려우면 세상이 두렵다>

 

어제 지하철 전동차 내부 LCD에 보인 어떤 광고 문구다. 

모두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아직 피쳐폰을 사용하는 난 별 생각없이 지하철 벽면의 LCD를 보고 있었는데,

저런 자막이 잠시 흘러간거다.  

 

사랑이 두려우면!... 세상도 두려워지나?...

긴가 민가하면서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다.

 

 

 

1. 사랑이 두려운 이유

 

두렵긴 하다.

 

깨어진 지난 사랑이 생각나고, 술마시고 속태우며 갈등했던 수많은 불면의 밤들.

그런 지옥같은 과정이 다시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두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한 인간의 세계로 들어가서 그(그녀)의 장단점을 모두 포용한다는 거.

오래도록 형성되어 온 콘크리트만큼이나 견고한 자아의 벽을 허물고,

전혀 모르는 또 하나의 자아 세계에 들어가서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한다는 거.

이런 문제도 부담스럽고 두렵긴 하다.

 

 

2.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자신과는 다른 한 사람의 '장단점을 모두 포용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의

두려움이나 불편함보다는 

'자아라는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게 더 두려운 게 아닐까?...

 

순서로 보자면,

'자아'라는 벽을 먼저 허물어야 상대방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고,

긍극적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해 지니까.

자신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조금도 손상받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며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3. 그렇지만 우리는

 

'자아'를 허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나는 줄 안다.

자신이 살아나온 경험치와 가치관과 자존심에 위배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되면 

당장 몸과 마음이 불편해지고 양심에 가책을 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뚜렷한 실체도 없는 '자아'지만 '자아를 허문다'는 게 그만큼 힘든 문제일거다.

 

사랑이 아닌 일반 인간관계에서도 통용된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는,

우리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라고 하기보단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  

그래야 내 진심이 전달되고 서로의 이해도와 신뢰를 높여가기 쉽다.

 

근데 흔히들 우린 이렇게 생각한다.

'지 속 안까는데 내가 왜?... 내가 바보냐?'...

 

이러면 쌍방 서로가 마음이 안열린다.

이래서 고독한 사회가 되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나를 허물고 나면,

상대방도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자신의 벽을 허물며 속보이고 나오게 마련이다.

인간은 누구나 원초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며, 

누구나 고독하고 싶어서 고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4. 사랑이 무서운 바보들에게

 

몇년 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대사가 있었는데...

발리의 남자 연인을 외면하고 뉴욕으로 돌아가려 하는 줄리아에게

발리의 주술사가 해준 말이다.

 

<사랑을 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것으로 더 큰 균형이 잡히는 거야.>

 

사랑은 우리를 좀 더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쉽게 말해서, 철부지를 사람만들어 주는 게 사랑이다.

 

이래도 사랑안할래?...

 

 

 

5. 사랑이란 감정을 안믿는 사람도 많다

 

영원한 사랑이란 결코 없고, 세상에 영원한 것도 없다...

물질세계가 끝나면 정신세계도 끝난다...

사랑이란 감정은 한순간의 아지랑이같은 환상이다...

먹고사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사랑은 무슨, 개뿔!~ 이라는

부류의 사람도 긴 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사랑을 갈구하긴 할거라고 믿는다.  

 

아무리 그래도 세상을 굴려가는 중요한 동력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랑이 두려우면 세상이 두렵다'...는 말이나

'사랑이 흔들리면 세상이 흔들린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난 너무 오래 살았거나 영악해져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결국 세상을 보는 시각은 자신의 '마음의 방향성'에 달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랑에 관해서는 수많은 정의가 있지만,

<사랑이 다 타고 남은 재... 그게 참사랑>이란 말을 믿고싶다.

 

(부부간에 사랑이 다 타고 남은 재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재에 다시 살짝 불을 지펴볼 수도 있으련만...

제길, 내겐 타고 남은 재마저 없으니... ㅎㅎㅎ...)

 


* 자우림의 노래 제목이었는지 가사인지...

 

 

 

PS.

지난 10월, 심리 치료 선생님 말씀이...

 

'선생님은 너무 형이상학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고 계세요.'...

 

이 말을 듣고 일리가 있어서,

'이제부턴 닥치는대로 막 살거야'... 라고 각오하고

용감무쌍하게 음식점 주방일에 도전했는데... 

 

한 번 도전은 실패로 끝나고,

지하철 자막문구 한문장에 꽂혀서

어느 새 이런 형이상학적 노가리를 까고 앉았네.

 

'이제부턴 닥치는대로 막 사랑할거야,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경험을'... ^^...

 

   

 

 

* Dance of the Clouds / Ori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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